지난 13일 현대차(005380) ‘천안 글로벌러닝센터’ 상용차 정비 실습장에 들어서자, 전장(차 길이) 1만2980㎜, 전고(차 높이) 3995㎜에 달하는 ‘엑시언트 수소트럭’ 두 대와 전기버스 ‘일렉시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엑시언트 수소트럭은 현대차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모델이다. 수소트럭 옆으론 수소탱크와 에어쿨러, BPCU(연료전지용 공기 블로어), 공기압축기 등과 같은 부품이 별도로 분해된 채 밖에 꺼내져 있었다.
이종석 현대차 천안 글로벌러닝센터 매니저는 “내연기관만 정비한 엔지니어들이 많아, 수소차 정비 교육을 하려면 2박 3일 일정으로 이뤄진다”면서 “손으로 부품을 만져보며 전기차·수소차를 정비하는 실무를 교육하기 위해 최근 생산된 엑시언트 수소트럭 1호차를 글로벌러닝센터에 갖고 왔다”고 말했다.
천안 글로벌러닝센터는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정비 교육을 받으러 오는 장소다. 현대차의 자체 기술인증제도인 ‘HMCP(현대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 4개 등급 중 최고 단계인 ‘레벨4(그랜드 마스터)’ 인증을 받은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이날도 정비사들은 이곳에서 현대차의 원격진단 서비스 플랫폼 ‘RDSP’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 자동차 도면 해독 방법과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
천안 글로벌러닝센터는 특히 현대차 엔지니어들의 전기차·수소차 정비 능력을 키우는 것을 주역할로 삼는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정비 기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현재 40만대 정도인 전기차·수소차 정비 수요는 앞으로 7~8년 내 1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러닝센터는 교육기관 중에서도 대학의 역할을 하는데, 고난도 수리와 자동차 진단을 주로 하는 하이테크센터의 인력을 양성한다.
현대차 서비스센터는 크게 하이테크센터와 블루핸즈 등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이테크센터는 전국에 단 22곳 있다. 전기차·수소차 수리를 포함해 모든 수리를 맡는다. 전국에 1300여곳 있는 블루핸즈는 이외 대부분의 자동차 수리를 담당하는 종합블루핸즈(대형 병원), 간단한 수리나 소모품 교체를 해주는 전문블루핸즈(개인 병원)로 나뉜다.
천안 글로벌러닝센터에는 승용 정비 실습교육장이 8개 있는데, 전동차 정비 전용 실습장이 별도로 2개 있다. 전동차 정비 전용 실습장에 들어서니, 아이오닉5 세 대가 마련돼 있었다. 그중 한 대는 정비소에서 막 입고된 것처럼 들어 올려져 있었고, 배터리는 팩 단위, 모듈 단위로 쪼개져 있었다. 현대차 직원은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불량 요소를 찾거나 불량 배터리를 교환하는 교육을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 엔진 정비 교육도 물론 이곳에서 이뤄진다. 천안 글로벌러닝센터의 교보재실에는 2.5리터(ℓ) 세타3 엔진(제네시스 G80), 2.2리터 디젤 뉴 R엔진(기아(000270) 쏘렌토), 3.5리터 람다3 엔진(제네시스 GV80), 3.0리터 디젤 S2 엔진(현대차 베라크루즈 등), 1.4리터 카파 엔진(현대차 엑센트·기아 스토닉) 등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여러 엔진이 수십개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