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할 때처럼 선형적인 변화가 예상된 분야에서는 기술 성숙과 함께 변곡점이 나타난다. 변곡점이 오기 2~3년 전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시장 기회를 놓친다. 볼보차가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고, 전동화를 볼보차의 미래 전략으로 선정한 배경이다."
짐 로완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각)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차 본사에서 이뤄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로완 CEO는 "진정한 변곡점이 나타나는 시점은 2025년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때가 되면 시장의 수많은 부분에서 전동화가 완료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볼보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 중 전면 전동화를 선언한 최초의 회사다.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어 2040년에 자동차 수명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내뿜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줄여 기후중립(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모든 온실가스의 순배출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볼보차는 향후 내연기관차의 비중을 점차 축소하고, 2025년에는 글로벌 판매의 50%를 순수 전기차로 채울 방침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하이브리드와 같은 전동화 모델로 구성한다. 이미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 처음으로 전 차종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채용하고, XC40·C40 리차지 등 순수 전기차를 출시했다.
로완 CEO는 "노르웨이는 전체 신차의 80% 이상을 순수 전기차로 채우고 있어 완전한 전동화가 실현되고 있다"며 "(전동화)기술 전환이 완료되기까지 기다리면 시장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고, 이는 뼈아픈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동화 전환에는 여러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동화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것을 모든 참여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또 기술이 성숙된 내연기관에 비해 기술 투자비가 더 들어간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날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비에른 앤월 볼보차 최고영업책임자(CCO)는 "많은 나라가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볼보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며 "모든 시장에서 안전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미래를 걸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개발에)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차세대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30년에는 새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원대한 계획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품이 지난달 세계 최초 공개된 EX90이라는 차다. 순수 전기차로, 전용 플랫폼인 'SPA2(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2)'가 적용됐다. 아직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이 매우 뜨겁다.
로완 CEO는 "몇 주 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EX90를 소개하자마자 엄청난 주문이 쇄도했고, 선주문 대수도 예상을 뛰어넘었다"라며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는 건 틀림없지만,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라고 했다. 이어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출시는 2024년 하반기가 될 것 같다"며 "한국은 볼보차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 출시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볼보차는 수입차 시장 5위(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다. 올해 10월 누적 판매량은 1만대를 넘었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 테슬라 등이 전동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나, 볼보차는 그 한 축을 차지하고 싶어한다.
로완 CEO는 "볼보차는 한국 시장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소비자가 (볼보의) 기술과 디자인을 잘 이해하고 안목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볼보차와 한국은 모두 첨단 기술 트렌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전동화로 향하고 있고 신기술을 수용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원한다"라며 "볼보차가 계획한 소형 전기 신차는 한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전동화 확산 계획에 또 다른 걸림돌은 미국 등이 자국 중심의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시행은 여러 과제를 낳고 있다. 볼보차가 EX90을 미국 찰스턴 공장에서 가장 먼저 생산하는 것도 이 이유다.
미국은 미국 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에도 보조금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각 제조사는 미국 생산이 가능한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길 원한다. 볼보차 역시 삼성SDI(006400)와의 협업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하비에르 발레라 볼보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삼성SDI를 비롯해 미국 생산 능력을 지닌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발레라 COO는 "우리의 전략은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하고, 생산하는 곳에서 조달한다'라는 점"이라며 "미국 현지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나, 반드시 IRA 때문은 아니고, 전략의 일부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지화 수준을 높이고 협력할 파트너를 선정하는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고, 이런 제안은 모든 공급업체에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