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격을 낮춘 테슬라가 국내에서도 할인에 돌입한다. 지나친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요 둔화, 재고 적체로 테슬라가 결국 콧대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테슬라는 ‘모델3′를 기존 7034만원에서 6434만원으로 가격을 600만원 낮춰 판매한다. 모델3 롱레인지도 8469만원에서 7669만원으로 800만원 낮췄다. 권장소비자가격 하향은 아니고, 반짝 연말 재고 할인이다. 테슬라는 앞서 미국과 중국에서도 이같은 재고 할인을 진행한 바 있다.

600만원 할인하는 테슬라 모델3(왼쪽)와 1000만원 할인하는 테슬라 모델Y 퍼포먼스(오른쪽).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모델Y’ 롱레인지는 20인치 휠과 ‘블랙&화이트 인테리어’를 옵션으로 추가한 모델이 기존 1억506만원에서 9056만원으로 1000만원 낮아졌다. 모델Y 퍼포먼스는 옵션을 달지 않은 모델이 9473만원으로 판매된다. 기존 1억473만원에서 1000만원 낮아진 값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완화되고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수요가 한풀 꺾이자, 테슬라는 요즘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어 가격을 낮추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12월 한 달간 모델3·모델Y를 3750달러(약 500만원) 반짝 할인하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 10월 차종별로 가격을 5~9% 인하했고, 12월 한 달간 모델3·모델Y를 6000위안(약 100만원)의 추가 할인한다. 모델3를 이달 중국에서 출고하면 가격이 25만9900위안(약 4900만원)에 불과하다. 모델Y는 28만2900위안(약 5300만원)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의 도전을 받고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며 글로벌 시장에선 초대형 자동차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테슬라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 브랜드지만, 시장 지배력은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에 따르면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0년 79%, 2021년 71%, 올해 1~3분기 65%로 점차 낮아졌다. S&P글로벌은 오는 2025년 테슬라의 점유율이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는 요즘 수요 감소뿐 아니라 생산 과잉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의문이 시장에서 나온다. 중국초상은행(CMBI)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0월 상하이 공장(기가팩토리)에서 총 8만7706대의 모델3·모델Y를 생산했다. 이 중 7만1704대를 인도해 1만6002대를 재고로 남겼다. 이는 테슬라가 2019년 상하이 공장을 가동한 이후 월간 최대 재고량이다. 테슬라는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상하이 공장의 모델Y 생산을 중단하는데, 이는 수요 감소에 대응해 생산을 약 30% 줄이기 위함이라고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테슬라는 수요 둔화로 생산을 줄일 예정이라는 외신의 보도를 부인했는데, 중국에서 실제 출고 대기 기간이 줄었다는 점에서 수요 둔화가 감지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초 테슬라 구매자는 약 22주를 기다려야 신차를 인도받았지만 최근에는 지역에 따라 대기 기간이 최소 1주일이다. 최대 3주를 넘지 않는다. 테슬라 중국 홈페이지는 구매자들에게 “12월 중 배송이 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국내 판매량도 감소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1~11월 판매량은 1만4372대로 전년 동기(1만7818대) 대비 판매량이 19% 줄었다. 이 기간 테슬라는 가격을 급격히 올렸다. 부분변경, 연식변경 없이 올해만 6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모델3 롱레인지는 5999만원에서 8469만원, 모델Y 퍼포먼스는 7999만원에서 1억473만원으로 가격이 2500만원가량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