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타그룹 산하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가 국내 시장에서 몰락하고 있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재규어는 지난달 전국에서 총 6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총 25개 수입차 브랜드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했는데, 재규어의 판매량은 25개 브랜드 중 24위다. 국내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시트로엥이 25위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규어가 최하위다. 가격이 ‘억’을 넘어가는 초고가 브랜드인 벤틀리(55대), 람보르기니(45대), 마세라티(31대), 롤스로이스(22대)보다 판매량이 적다.

재규어 F-페이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재규어는 지난 10월에는 전국에서 단 3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F-페이스’를 2대, 스포츠카 ‘F-타입’을 1대 팔았다. 세단 ‘XF’는 판매량이 없었다. 재규어가 국내에서 한 달에 자동차 3대를 판 것은 KAIDA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약 20여년간 역대 최소치다. 국내에서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는 셈이다.

재규어는 한때 국내에서 연간 3000~4000대씩 판매했지만, 2017년 이후 판매량이 줄곧 내림세다. 2017년 4125대, 2018년 3701대, 2019년 2484대, 2020년 875대, 2021년 338대, 올해 1~11월 160대로 판매 실적이 매년 줄었다.

재규어는 수입차 중에서도 가격이 꽤나 높은 편인데 잦은 잔고장과 비싼 수리비, 비싼 보험료, 심한 감가상각 등으로 브랜드 가치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미국 소비자정보회사 JD파워가 올해 7월 발표한 ‘2022 상품만족도(APEAL) 조사’에서 재규어는 만족도가 1000점 만점에 868점으로 고급 자동차 브랜드 전체 평균(872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JD파워는 2022년형 신차 모델을 구입하고 90일 이상 소유한 8만4165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전석에 오를 때 느끼는 편안함,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비 만족도 등을 설문조사해 만족도를 조사한다.

아울러 재규어는 JD파워가 올해 초 발표한 ‘2022 내구품질조사(VDS)’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 조사는 2019년식 차량을 3년여간 보유한 2만9487명에게 파워트레인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품질 결함을 겪은 사례를 설문조사해, 100대당 발견되는 결함 숫자로 평가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결함이 적다는 뜻으로 전체 평균은 192건이었는데, 재규어는 233건으로 평균보다 품질 결함이 더 많았다. 랜드로버는 284건으로 전체 브랜드 중 최하위를 기록, ‘영국차는 잔고장이 많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감가상각이 크다는 점도 국내 판매량을 낮추는 요소다. 예컨대 재규어는 2020년 4월 차량 내외부를 차별화한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세단을 7147만원에 출시했는데, 최근 중고차 매매 플랫폼 엔카닷컴에는 엔카진단을 거친 2020년 6월식, 무사고, 주행거리 2만여㎞의 해당 모델이 35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으로 중고차에 웃돈도 종종 붙는 추세에서 재규어는 2년 새 차 가격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