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최근 출시한 신형 그랜저는 방향지시등(깜빡이)이 범퍼 쪽으로 낮게 깔려 도로에서 식별하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7세대 그랜저는 방향지시등을 범퍼 쪽으로 낮게 배치했다. 후면에서 가장 잘 보이는 '一자' 모양의 빨간색 긴 테일램프는 미등과 브레이크등의 역할만 한다. 아래쪽 범퍼에 좌우로 각각 하나씩 달린 주황색 램프가 방향지시등이다. 물결치듯 순서대로 방향 지시등이 켜지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신형 그랜저의 모습. /고성민 기자

그랜저의 디자인이 공개되자, 소비자 사이에선 이 방향지시등에 대한 불만이 다수 나왔다. 앞서 그랜저처럼 범퍼에 방향지시등을 배치한 차량들이 도로에서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줬기 때문이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000270) '카니발'과 'K3′, 제네시스 'GV70′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차량은 그랜저처럼 방향지시등이 운전자의 시선보다 꽤 낮은 범퍼에 있다 보니 옆 차로에서 운전자의 앞으로 차선변경을 할 때 방향지시등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카니발이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들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알고 보니 아래쪽에 방향지시등이 켜져 있더라"는 불만이 운전자 사이에서 나온다.

특히 올림픽대로 등 정체 구간에서는 차들이 바짝 붙은 상태로 주행하기 때문에 방향지시등이 더 안 보인다. 전고(차 높이)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그나마 괜찮지만, K3나 그랜저 같은 세단은 전고가 낮아 버스나 트럭 등 시트포지션이 높은 대형차 운전자들은 더 식별하기가 어렵다.

방향지시등을 범퍼 쪽으로 내린 (왼쪽부터) 쉐보레 볼트EUV, 기아 K3, 도요타 벤자. /각 사 제공

방향지시등이 범퍼로 낮게 배치되는 주된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다. 차 디자인 차별화가 중요하다 보니 테일램프를 얇고 길게 설계하고, 기존 테일램프 자리에서 밀려난 방향지시등을 범퍼로 내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차뿐만 아니라 쉐보레 '볼트 EUV', 쌍용차 렉스턴 등도 최근 방향지시등을 범퍼 쪽으로 낮게 배치해 출시했다. 국내 시장에 출시된 차는 아니지만, 도요타 '벤자'도 방향지시등을 아래쪽에 별도로 배치했다.

낮은 방향지시등은 시인성이 좋지 않고 운전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더드라이브는 '왜 몇몇 자동차들은 어리석게 방향지시등을 범퍼에 장착하는가'라는 글에서 "범퍼의 방향지시등은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자동차 조명이 진화함에 따라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특히 SUV 판매량이 늘며 도로에서 시트 포지션이 높은 차들이 많아져, 방향지시등이 낮은 차들이 불필요한 혼란과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