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브4(RAV4)’는 작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다.
카 인더스트리 애널리시스(Car Industry Analysis) 조사에 따르면, 라브4는 작년에 113만2000대 팔려 도요타 세단 ‘코롤라’(110만4000대), 혼다 SUV ‘CR-V’(90만3000대) 등을 제치고 전 세계 최다 판매 차량으로 기록됐다. 라브4는 1994년 생산을 시작해 2020년 글로벌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한 도요타의 대표 모델이다.
라브4 하이브리드를 몰고 서울 근교를 달려보니 연비와 주행 질감, 적재 공간 등이 대중적이고 합리적인 가족용 SUV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전장(차 길이) 4600㎜, 전폭(차의 폭)1855㎜, 전고(차 높이) 1685㎜의 준중형 SUV다. 현대차(005380) 투싼, 기아(000270) 스포티지와 차체 크기가 비슷하다. 디자인은 선이 굵고 진해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인상이다. 위·아래 2단으로 나뉜 전면 사다리꼴 그릴과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 직선적인 루프라인 등은 일본 로봇 만화 ‘건담’을 연상케 한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이륜구동(2WD)과 사륜구동(AWD) 모델로 나뉜다. 시승차는 사륜구동 모델이었다. 2.5리터(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과 전자식 무단 변속기(e-CVT)를 탑재해, 최고 출력 222마력과 최대 토크 22.5㎏·m의 성능을 발휘한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출력은 220마력이지만 공차중량이 1730㎏로 경쟁 모델인 스포티지(1585~1615㎏)나 투싼(1565~1595㎏)의 1.6ℓ 가솔린 터보 AWD 모델보다 100㎏ 이상 무거워 실제 출력은 덜한 것처럼 느껴졌다. 가속에 답답함은 없지만 짜릿하지도 않았다.
빠르게 튀어 나가지 않는 라브4 하이브리드의 정체성은 가족용 SUV를 찾는 수요자에겐 장점이 될 것 같다. 무단변속기는 변속 충격 없이 도로를 편안하게 달리도록 도왔고, 과속방지턱이나 도로의 움푹 팬 곳을 지날 땐 엉덩이가 시트에서 튀지 않게끔 제법 묵직하게 넘었다. 잔진동이 크지 않은 주행 질감으로 동승자나 뒷좌석 탑승객이 편안할 듯했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리터당 15.2㎞다. 하이브리드차답게 준수한 연비를 갖췄다. 시승 구간은 서울시청 주변과 경부고속도로 반포IC(나들목)~양재IC 등 여러 정체 구간을 지나는 곳이라 연비 주행이 어려웠는데, 이때도 계기판의 연비는 15~16㎞/ℓ를 오갔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EV 모드’를 지원하는데, 도심에서 EV 모드로 저속 주행하자 계기판의 연비가 한때 19㎞/ℓ로도 기록됐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적재 용량은 580ℓ다. 60ℓ짜리 캐리어 4개와 9.5인치 골프백이 여유 있게 들어간다. SUV답게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걱정 없이 짐을 실을 수 있는 실용성을 갖췄다.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 용량은 1690ℓ로 확장된다.
7인치 내비게이션은 많이 아쉽다. 요즘 신차들의 내비게이션 화면이 대부분 12.3인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면이 너무 작아 보였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데, 무선 연결은 되지 않고 유선만 지원하는 것도 아쉬운 요소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2WD XLE가 4170만원, AWD LTD가 47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