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글로벌 전기차(EV) 선두주자로 자리잡기 위해 미국 내 첫 전용공장 설립을 공식화했다. 현대차 전기차는 물론 기아(000270)와 제네시스 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2025년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공식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이날 기공식은 HMGMA 부지 현장에서 열렸다. 주요 참석자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뜬 직후에는 HMGMA와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서배너 ‘엔마켓 아레나(Enmarket Arena)’에서 2부 행사가 열렸다.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2부 행사에는 일반 시민들도 참석해 신공장 기공식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로보틱스 등 최신 모빌리티 기술뿐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의 지역 내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했다.

◇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전기차 모두 생산

HMGMA는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미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거점 3곳은 서로 인접해 있어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HMGMA는 같은 조지아 주에 있는 기아 미국생산법인과는 약 420㎞, 앨라배마 주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과도 약 510㎞ 거리에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회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호세 무뇨즈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건네준 잔을 들며 기공식 기념 건배를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HMGMA는 최고 수준의 미래형 혁신 공장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에 세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했다. 제조 혁신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됐다.

HMGMA 건설에 맞춰 조지아 주 정부 역시 각종 인센티브를 단계별로 지급할 계획이다. 조지아 주의 인센티브에는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공제, 재산세 감면 등이 포함돼 있다. 주정부 산하 지방자치단체에선 발전소 용지 및 도로 건설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한다.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HMGMA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2030년 전기차 84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 2부 행사에서 조지아 지역주민들이 전시 차량을 관람하는 등 행사를 즐기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 전기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 셀 공장도 설립 예정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 셀 공장을 HMGMA 인근에 설립할 예정이다.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까지 전기차 제조·판매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지 조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들을 건설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두 곳 모두 HMGMA와 같은 시기인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국내·외 전기차 전용 거점 3곳을 발판삼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한 차원 올라감으로써 국내 완성차 및 전기차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 직전인 2004년과 비교해 12%, 완성차 수출액도 같은 기간 79% 증가했다.

2030년까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8종, 기아는 13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국내에서만 연간 14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 2부 행사 모습./현대차 제공

이번 HMGMA 기념 행사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라파엘 워녹·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한·미 양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장재훈 사장과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등 최고 경영진이 자리를 함께 했다.

켐프 주지사는 축사에서 “현대차그룹과의 파트너십 그리고 이 혁신적인 공장의 기공식은 조지아 주에서 전례 없는 경제 성과”라며 “조지아 주는 이번 파트너십이 오랜 기간 유지되길 기대하며 현대차그룹의 투자 효과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