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등으로 신차 출고가 늦어지는 가운데, 푸조는 전기차를 큰 폭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 보조금이 동나면 내년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는 3월까지 판매를 못해 재고가 쌓인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스텔란티스에 따르면 스텔란티스 산하 푸조는 전기 해치백 'e-208′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2008′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e-208 '알뤼르' 트림은 기존 4900만원에서 4190만원으로 710만원, 'GT' 트림은 5300만원에서 4490만원으로 810만원 가격이 낮아졌다. 또 e-2008 알뤼르 트림은 5090만원에서 4890만원, GT 트림은 5390만원에서 5190만원으로 각각 200만원씩 가격이 인하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더하면 e-208은 3000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할인 중인 e-208과 e-2008은 푸조가 지난 8월 연식변경 모델로 출시한 신차다. 출고 적체로 수입차 업계의 연말 할인이 사라진 분위기인데, 신차가 가격을 낮추는 건 이례적이다.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9월부터 진행된 할인은 이달 말까지 한 달 넘게 진행 중이다. 이는 e-208과 e-2008의 상품성이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들 차량은 주행거리가 짧은데,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e-208은 280㎞, e-2008은 260㎞에 불과하다.
푸조는 '올해 안에 차를 팔지 못하면 재고가 된다'는 위기의식으로 대규모 할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조금이 속속 동나고 있어, 올해 보조금이 소진되면 내년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재개되는 3월까지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후 구형 모델로 분류되면 결국 재고로 쌓이게 된다. 현재 울산과 청주, 천안, 경주, 구미, 김해, 양산 등 국내 다수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전기승용차 보조금 대상자 선정을 모두 마감했다.
푸조 전기차는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판매량이 요동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은 올해 1월 e-208과 e-2008은 판매량이 0대였다. 보조금 지급을 시작한 3월엔 판매량이 총 209대로 늘었다.
푸조는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고 소진을 위해 내건 할인이 브랜드 이미지를 깎고, 값싼 차 이미지 탓에 다시 차가 제 가격에 안 팔리는 악순환에 빠지는 모습이다. KAIDA에 따르면 e-208은 올해 1~9월에 109대가 판매돼 작년 동기(187대) 대비 판매량이 42% 감소했다. 푸조는 작년에도 보조금이 동날 시점이 되자 e-208·e-2008 등 전기차 모델을 할인 판매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성 문제도 있지만,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연식변경 e-208 모델의 국내 주행거리 인증을 늦게 받은 탓에 차를 출시하자마자 보조금 문제로 할인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주행거리 인증을 보다 빨리 받았다면 출시 직후부터 할인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의 재고 확보 문제로 주행거리 인증과 국내 출시가 다소 늦어졌다"면서 "할인을 적용한 이후에는 대부분 물량을 판매 완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