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운전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를 갔다가 큰 곤란을 겪었다. 평소 BMW의 차량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마이BMW'를 사용해 문을 열고 잠그기 때문에 차키를 차 안에 두고 다니는데,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앱이 작동하지 않아 차 문을 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고객센터에 연락하고 앱을 다시 깔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외부 업체를 불러 차 문을 열었다.
BMW 전기차를 모는 이모씨도 최근 앱 오류 때문에 충전에 애를 먹었다. 충전을 시작했는데 앱에 충전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몇 번이고 충전소를 찾아야 했다. 차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차가 있는 외부 환경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3D 리모트 뷰'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마이BMW 앱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BMW코리아는 '마이BMW' 앱에 대해 운전석에 앉아있지 않아도 차 상태와 기능 확인은 물론 차 문 잠금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하지만, 빈번한 앱 오류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해외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구글 검색창에 'my bmw app'을 치면 'not working(고장)'이란 문구가 자동으로 완성된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마이BMW 앱 서버는 독일에 있고 본사가 관리·운영하고 있다"며 "앱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운전자에게 앱 업데이트, 커넥티드드라이브 리셋, 앱 재실행 등 앱을 정상화할 수 있는 단계를 안내하고 있는데, 서버와 관련된 문제라면 해결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본사의 부실한 서버 관리가 국내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도 국내 판매 조직은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이BMW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의 앱 '메르세데스미' 역시 차 문열림, 원격 시동 기능을 제공하는데, 앱 오류가 발생해 고객센터를 찾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벤츠코리아 측은 "서버가 미국에 있는 메르세데스미의 경우 서버 점검 등으로 일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디 차량 관리 앱 '마이아우디'를 이용하고 있는 한 차주는 "연결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마이아우디 앱은 엔진오일 잔량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외부와 통신으로 연결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인터넷과 연결된 차)로 진화하면서 서버 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수입차 업체들의 관리는 부실한 편이다.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 플랫폼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가 일제히 멈춘 것처럼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으면 운전자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완성차 브랜드는 차량 구매 정보부터 운행 유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차량 관리 앱의 기능이 정비 이력 확인이나 소모품 관리 등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주행과 관련된 직접적인 기능, 차 문 여닫기, 주차, 원격 시동, 전기차 충전 등으로 광범위해졌다. 앱이 갑작스럽게 작동되지 않을 경우 차 문을 열거나 충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