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핵심 기술로 V2L(Vehicle to Load)이 주목받고 있다. V2L은 전기밥솥이나 TV와 같은 가정용 전자기기의 콘센트를 전기차에 꽂아 쓸 수 있게끔 한 기술로, 현대차(005380)가 아이오닉5에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다른 제조사들도 이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 영국법인이 19일(현지시각)부터 다음달 5일까지 14일간 영국 에섹스주에서 운영하는 콘셉트 호텔 '호텔 현대' 이미지. 아이오닉5 배터리 전력으로만 전기를 공급한다. /현대차 제공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영국법인은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 14일간 영국 에섹스주에서 아이오닉5로만 전기를 공급하는 콘셉트 호텔 '호텔 현대'를 운영한다. 전기차 배터리 전력으로만 호텔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단독주택 형태의 객실 내부 조명과 커피포트, 외부 영화관 빔프로젝터와 스피커, 팝콘 기계 등을 모두 아이오닉5 배터리 전력으로 공급한다. 아이오닉5는 V2L로 최대 3600W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이번 행사는 유럽에서 현대차의 V2L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애슐리 앤드루 현대차 영국법인 대표는 "V2L은 전기차에 가정용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선구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6′와 기아(000270) 'EV6′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서 탄생한 전기차 모델은 모두 V2L 기술을 탑재한다.

올 들어 V2L의 위상은 더 커진 모습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 BYD(비야디) '아토3′, 미쓰비시 '아웃랜더'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MG(Morris Garage)의 'ZS EV' 등이 차례로 V2L을 도입했다.

볼보도 다음달 출시하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90′에 V2L과 유사한 '양방향 충전(bi-directional charging)' 기능을 브랜드 최초로 탑재한다. 전자 제품에 전력을 공급하며, 호환이 가능할 경우 다른 볼보자동차와도 서로 충전을 지원한다. 수요가 많은 피크타임에는 전기차에 저장된 에너지를 판매할 수도 있다.

GM도 내년 출시 예정인 픽업트럭 '실버라도 EV'에 최대 10개의 콘센트를 탑재하고, 가정용 가전제품 사용과 다른 전기차 충전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전력회사 PG&E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가정용 전원(V2H·Vehicle to Home)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V2L은 전기차가 바퀴 달린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되는 사례인데, 해외에선 차박(차에서 숙박)뿐 아니라 지진이나 정전과 같은 비상 상황 대응 용도로도 주목받고 있다. 닛산은 고베시와 협약을 맺고,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자사 소유 전기차를 피난소에 무상 대여하기로 했다. 닛산은 아울러 요코하마 공연장 '닛산 파빌리온'에 주차한 전기차 차주가 건물로 전기를 보내 주차요금을 지불할 수 있게끔 했다. 양방향 충전이 만든 새로운 모습이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에서 전동화가 진행됨에 따라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회에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