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012330)가 모듈과 부품 생산 부문을 분리해 설립하는 자회사 사명을 각각 ‘모트라스(MOTRAS)’와 ‘유니투스(UNITUS)’로 확정하자 모비스의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당초 신설 자회사 사명으로 ‘현대모트라스’, ‘현대유니투스’를 유력하게 검토했는데, 최종 단계에서 ‘현대’를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노조는 물론 통합 대상 협력사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말까지 법인 설립 작업을 마무리하고 11월 1일 새로운 계열사를 출범할 계획이었지만 사명을 두고 내부 갈등이 고조되면서 계열사 설립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8개 지회(화성·울산·김천·평택·충주·안양·울산모비스·광주)는 모듈·부품 통합 계열사 설립과 관련된 모든 논의와 작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당초 이달 14일 예정된 입사 대상자의 채용 전 건강 검진과 입사지원서 작성을 거부하고, 통합 계열사에 포함될 기존 계열사 직원들이 작성한 부제소 확약서를 환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현대모비스 본사./조선일보 DB

현대모비스는 지난 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의 사명을 모트라스·유니투스로 확정하고, 두 곳에 대해 총 700억원 현금 출자를 결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모듈 생산을 담당하는 통합 계열사 모트라스는 ‘Module(모듈)’과 ‘Transform(변화)’의 합성어로,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섀시·전동화 부품, 에어백, 램프 등의 생산을 전담하는 유니투스는 ‘Unit(부품 기술)’과 프랑스어 ‘Tous(통합)’의 합성어로 혁신적인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통합했다는 뜻을 담았다.

하지만 사명 발표 이후 노조와 통합 대상 협력사 직원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논의 자리에서 노조 측은 “부제소 확약서 작성이 마무리되니 기존에 논의되던 버전과 다른 사명이 결정됐다”며 “사명에서 ‘현대’를 제외한 것은 그룹이 새로운 계열사의 미래 가치를 그만큼 낮게 본다는 방증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모두 현대모비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차(005380)그룹의 계열사인데 굳이 현대를 사명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모트라스와 유니투스가 현대차그룹에 종속된 계열사에 머무르지 않고, 독립적인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품의 경우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을 확대하면서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데 사명에 ‘현대’가 포함되면 영업 과정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사명을 결정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사측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명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노조와 협력사 직원의 반발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