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지붕을 열고 달리는 ‘오픈카’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 요즘 신차들이 파노라마 선루프(차량 지붕을 창유리로 덮은 제품)를 탑재하면서 오픈카의 장점이 희석됐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공세로 수요도 줄었다. 전동화에 집중하는 완성차 기업들이 매력적인 오픈카 신차를 내놓지 않는 것도 인기 하락의 원인이다.
6일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미국에서 오픈카 판매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 2006년 미국 시장에서 2인승 오픈카를 뜻하는 ‘로드스터’와 4인승 오픈카 ‘컨버터블’은 연간 총 31만9700대가 팔렸다.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줄어 2011년엔 15만3000대, 작년에는 7만4100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지붕을 완전히 열고 달리는 오픈카는 자유와 낭만의 상징으로 꼽히지만, 날씨와 계절을 가리는 특성으로 애초에 수요가 한정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로 봄이나 가을에만 지붕을 열고 탈 수 있는데, 이마저 황사·미세먼지 문제로 여의치 않다.
오픈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SUV의 대중적인 인기가 주원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SUV의 점유율은 작년에 45.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18.6%)과 비교하면 SUV 점유율은 10년 새 27.3%포인트(P) 증가했다. 오픈카뿐 아니라 과거에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세단도 고전하고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오픈카의 장점을 낮추는 요인이다. 제네시스 ‘GV80′이나 폭스바겐 ‘ID.4′, BMW ‘iX3′ 등 요즘 많은 신차들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할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자동차 천장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기본 선루프보다 뛰어난 개방감을 준다. 공기를 직접 마주하는 오픈카와 다르지만, 주행 도중에 천장이 뻥 뚫린 개방감은 비슷하다. 미국 CNBC는 “실용성·내구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파노라마 선루프와 같은 새로운 기능이 도입되면서 컨버터블 인기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동화 전환의 큰 흐름 속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SUV와 전기차 신차 개발에 자본을 투자하며 오픈카 개발에 그다지 힘을 쏟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매력적인 오픈카 신차가 출시되지 않아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닛산 ‘무라노 카브리올레’, 크라이슬러 ‘200 컨버터블’, 재규어 ‘XK 컨버터블’, 폭스바겐 ‘비틀 컨버터블’, GM ‘폰티악 G6 컨버터블’ 등은 최근 수년 사이 수요 감소로 차례로 단종했다.
스테파니 브린리 S&P 글로벌 모빌리티 수석연구원은 “컨버터블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크지 않고, 자동차 기업들도 전동화 전환 속에서 신차 개발 자금을 컨버터블로 투입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