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브랜드 최초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ID.4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 질감을 최대한 억제하고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주행감을 조성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전기차의 이질감이 ID.4에선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22일 ID.4를 타고 서울 광진구에서 경기 가평까지 약 50㎞를 달렸다. ID.4의 ‘ID’는 현대차 ‘아이오닉’처럼 폭스바겐이 전기차에 붙인 브랜드명이다. 어원은 인텔리전트 디자인(Intelligent Design·지적 설계)이다.
ID.4는 해치백 ‘ID.3′에 이어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에서 제작된 두 번째 전기차이자 첫 번째 전기 SUV다. 차급은 준중형이며, 전장(차 길이) 4585㎜, 전폭(차의 폭) 1850㎜, 전고(차 높이) 1620㎜다. 전고가 낮아 정통 SUV보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과 같은 인상을 준다.
클라우스 자이시오라 폭스바겐 그룹 디자인 총괄은 ID.4 외관을 ‘바람이 빚어낸 듯한 형상’이라고 묘사했다. 차체 측면을 보면 이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닛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선이 매끈하고, 차문 손잡이도 바깥으로 돌출되지 않게끔 설계했다. ID.4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8로 낮다.
차체 전면은 좌우 헤드램프를 이어주는 ‘프론트 LED 라이트 스트립’과 폭스바겐 로고가 눈에 띄고, 후면은 후미등이 가로로 한 줄로 이어져 전면 디자인과 통일성을 준다.
ID.4는 최고 출력 150㎾(204마력)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최대 토크는 31.6㎏·m,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5초, 최고 속력은 시속 160㎞다. 전기차의 특성은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급가속한다는 점인데, ID.4는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부드럽게 가속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에너지를 회수하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ID.4의 주행 모드는 기본 D(드라이브) 모드와 회생제동 강도를 높인 B(브레이크) 모드가 있다. 연료 효율을 중시하며 달리고 싶을 땐 B모드로 설정하면 된다. 타사 전기차 회생제동이 통상 0단계에서 5단계로 나뉘는 것에 비춰보면, ID.4의 B 모드는 2단계 정도로 강도가 비교적 낮게 설정된 듯 했다. 3단계 이상 회생제동은 주행 도중 지나치게 덜컥거려 승차감을 해친다는 시각에서 보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주행 질감’은 ID.4의 개성으로 느껴졌다.
다만 회생제동 강도가 낮다 보니 전기차만 구현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가속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모두 수행하는 형태)’은 불가능하고 회생제동 강도가 높은 차보다 배터리 충전이 더디다. 전기차에 익숙한 소비자 입장에선 아쉽고, 전기차의 이질감을 우려하는 내연기관 운전자가 첫 전기차로 선택하기엔 적절해 보였다. 또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가 아닌 ‘스포츠’로 설정했을 때 가속은 한층 빨라지지만 회생제동 단계가 한 단계 높아진 것처럼 주행해, 운전 도중 속도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가족용에 적합하지만 스포티한 주행과는 거리가 있다.
ID.4는 82㎾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최대 405㎞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 급속 충전 속도로 충전 시 약 36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 가능하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543리터(ℓ)이며, 2열 뒷좌석을 접었을 때 적재 용량은 1575리터까지 확대된다. ID.4의 가격은 5490만원이다. 소비자는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