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서 고가 품목인 수입차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 수입차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크다.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품 공급난으로 자동차 가격이 크게 뛰는 상황에서 환율 효과까지 반영돼 카플레이션(Car+Inflation)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 미 통화 당국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긴축 정책에 나서자 달러 강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자율변동 환율제가 도입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단 두 차례뿐이다.
당장 미국 브랜드는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익스페디션' 가격을 10% 가까이 인상했다. 부분변경이 이뤄진 새로운 모델인데다 최근 원자재 값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는데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가격 인상폭이 더 커졌다는 게 포드 측의 설명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2023년형 익스페디션 가격이 이전 모델보다 인상됐지만, 가격 인상 폭은 2% 정도로 국내보다 훨씬 낮다.
스텔란티스그룹 소속 브랜드 지프는 지난 8월부터 주요 모델인 '랭글러' 판매 가격을 일제히 330만원 인상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측은 원자재 값과 물류비뿐 아니라 환율 움직임을 감안해 판매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한국GM(쉐보레·캐딜락), 포드코리아(포드·링컨), 스텔란티스코리아(지프)가 미국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는 본사에서 차를 수입할 때 달러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원가가 오르는 셈이다. A/S용 부품을 들여오는 딜러사 역시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제품이라도 원화 표시 가격은 높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 장기적으로는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A 모델을 5만달러에 수입해 국내에 그대로 판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다른 조건이 같아도 달러당 원화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오르면 국내 판매 가격은 60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인상된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수입 모델 가격을 책정할 때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비용이 커지면 결국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300원선 위에서 움직이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수입차 가격도 당분간 강세가 예상된다. 수입차 업체는 가격이 단기간에 많이 올라 소비자의 저항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회사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차를 수입하고 본사에 값을 치를 때 원화로 결제하는 데다, 유로화 대비 원화 변동폭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 이들 독일 3사는 원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회피(헤지)는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388.0원으로 올랐다. 올해에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7.6%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원·유로 환율은 1346원대에서 1388원으로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는 3% 정도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