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60′ 계약을 걸어놓고 5개월을 기다렸는데 ‘아이오닉 6′ 계약을 넣으려면 둘 중 하나는 취소해야 한다네요. 현대차와 제네시스 다른 브랜드 아니었나요?”

최근 현대차 매장을 찾아 아이오닉 6 계약 상담을 한 회사원 김모씨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전기차 출고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어, 먼저 출고되는 모델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현대차(005380)가 제네시스와 중복 계약을 막으면서 한 개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씨는 “결국 5개월 기다린 GV60 계약을 취소했다”며 “언제 차를 받을 수 있을지 알수 없는데 계약도 하나만 할 수밖에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전시 모습./현대차 제공

현대차(005380)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잇따라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가운데 출고 대기가 길어지자 현대차가 중복 계약을 정리하고 나섰다. 정말 구매할 차에 대해서만 계약을 유지하라는 의미인데, 장기간 대기가 이어지고 출고 시점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영업점 직원들은 현대차와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을 두 개 이상 계약한 소비자들에게 한 개 모델 계약만 선택하도록 중복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동일인 명의로 ‘아이오닉 5′와 GV60, ‘GV70′ 전기차 모델 등을 동시에 계약하고, 일찍 출고되는 모델을 구매하면 나머지 모델 계약을 취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기차의 경우 동일인 명의로는 한 개 모델만 계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 출고 대기 기간은 대체로 1년 이상이다. 소비자가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기 기간이 달라 정확한 출고 시점을 알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자 소비자들은 여러 브랜드에 동시에 계약을 걸어놓고 먼저 출고되는 차를 구매하는 전략을 써왔다. 하지만 현대차와 제네시스 간 중복 계약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 나온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엄연히 다른 브랜드인데 중복 계약을 막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보급형 브랜드인 현대차와 달리 제네시스는 고급 모델을 판매하는데,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측은 중복 계약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인이 차를 여러대 보유하는 경우도 많아 중복 계약을 원칙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 측은 전기차 출고 대기가 지나치게 길어 전기차 모델의 중복 계약을 정리하면 생산 계획을 명확히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개 모델에 중복으로 걸어놓은 계약을 정리하면 실제 구매자의 출고 대기 기간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