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전문 계열사를 설립하는 현대모비스(012330)가 협력사 직원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부제소 동의서'를 제출해야 채용을 하겠다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부제소 동의서란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말한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편입안을 협력사에 제시했다. 그린이노텍·동우FC 등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협력사 소속 직원 400여명은 2020년 3월과 작년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불법 파견 소송(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2월엔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에 현대모비스의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인데, 이를 취하하고 부제소 동의서를 써야 계열사에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부제소 동의서를 제출하고 입사한 인원들에게 입사 이후 격려금 8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기존에 소송을 진행 중인 인원이 소송을 취하하고 입사하면 45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부제소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입사 불가, 동의서를 내면 800만원, 소송에 참여한 사람이 소를 취하하고 부제소 동의서를 내면 1250만원을 받는 것이다.

이번 협력사의 자회사 편입과 별개로 법원에서 불법파견 혐의가 확인되면 현대모비스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는 이번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불법 파견 소송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부제소 합의는 법정에서 소송 각하(소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장 재판을 종결하는 것)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다. 현대모비스는 관계자는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제철(004020)도 지난해 8월 현대ITC·현대IMC·현대ISC 등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을 편입하며 부제소 동의서와 소 취하를 입사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것이 뇌관이 되며 노동계 시위가 펼쳐졌다. 금속노조는 당시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두뇌' 격인 통제센터를 52일간 점거하며 현대제철의 직고용을 요구했고 현대제철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모비스 협력사 내부에서는 이번 채용 방식이 공개된 이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은 현대모비스 정규직 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목적으로, 협력사 직원들이 승소하면 '그동안 현대모비스 정규직 근로자로서 받지 못한 임금(차액)을 달라'는 취지의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돈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저연차라면 소송의 실익이 적어 취하하는 게 낫고, 고연차는 셈법이 복잡하다.

현대모비스는 추석 전까지 협력사 노사 합의를 끝내고, 추석 이후에 임시이사회를 통해 신규법인 설립 안건을 최종 승인해 11월에 생산 전문 통합계열사를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울산과 화성, 광주 등에 위치한 모듈공장 생산 조직을 4400여명 규모 모듈통합계열사(가칭)로, 에어백, 램프, 제동, 조향, 전동화 등 부품공장 생산 조직을 3100여명 규모의 부품통합계열사(가칭)로 재배치한다. 배터리 시스템 등 전동화 관련 개발을 하는 기존 자회사 HGP는 화인텍, 에이치그린파워의 GPP를 흡수해 1100여명 규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