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큰 차 수요가 커지자 스텔란티스 소속 지프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랜드체로키L’을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6~7인이 탈 수 있는 3열 SUV로, 11년 만에 완전 변경된 5세대 모델이다. 그랜드체로키L을 시승했다.
미국 브랜드 차는 주행감이나 편의사양 면에서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랜드체로키L은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꽤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차체에도 주행감이 부드러웠고,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들이 많이 적용됐다.
시동을 켤 때 운전자가 느끼는 엔진 소음은 꽤 큰 편이다. 3.6L V6 가솔린 엔진이 거대한 차체를 굴리는 데 묵직한 힘을 발휘한다. 낮은 속도로 달릴 땐 생각보다 주행 질감이 부드럽다. 그랜드체로키L은 최고 출력 286마력, 최대 토크 35.1kg·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지만, 속도를 끌어올릴 때 다소 답답하다. 5인 이상 성인이 한꺼번에 타거나 짐을 많이 실으면 주행력이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고속 구간에서 주행력은 완전히 다르다. 이 차의 경쟁력은 고속 구간에서 경쾌하게 달리는 능력인 것 같다.
포장도로에서는 주행감이 괜찮았지만, 둔덕을 지나거나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날 땐 거친 충격이 꽤 많이 전해졌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SUV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의미 있는 개선을 이루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승차감 측면에서는 탑승자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 같다.
지프는 “낮은 토크 제어로 오프로드 기동성이 높아졌고, 다수 센서가 사전에 토크 분포를 조정해 미끄러운 노면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며 “주행 조건에 따라 다섯 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으로 일반 도로는 물론 험로 주행 시 최적화된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랜드체로키L의 외관은 지프의 플래그십 SUV ‘그랜드 왜고니어’ 디자인을 계승했다. 전면에는 지프를 상징하는 7개 슬롯 라디에이터 그릴이 양옆으로 넓게 자리 잡았고, 사선으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듯한 ‘샤크 노즈’를 형상화한 전면부가 강인한 인상을 준다.
헤드램프에서부터 손잡이를 가로지르는 측면 직선 디자인이 세련된 느낌을 주는데, 뒷면 디자인은 다소 밋밋하다. 대형 SUV에 기대하는 강인함이나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데 완성도가 조금 모자란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차체가 높지만 발 받침대가 승차를 돕기 때문에 탑승이 편리하다. 시야도 넓게 확보된다. 내부 디자인은 무난하지만, 지프가 강조하는 프리미엄 SUV라는 수식어에 어울릴 정도는 아니다. 다른 고급 SUV는 전면 송풍구와 스티어링 휠 디자인에도 큰 공을 들이지만, 그랜드체로키L의 내부는 눈길을 확 사로잡는 디자인 요소는 거의 없다. 중앙에 10.1인치 디스플레이의 활용성은 좋다.
그랜드체로키L의 장점은 3열이다.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에게 여유로운 정도이고, 3열은 성인 여자에게 편안한 정도다. 다만 3열을 접지 않으면 트렁크 공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3열을 세운 상태에서 트렁크 용량은 490L로, 골프백을 어렵게 넣어야 한다. 3열을 접으면 2390L로 확대된다. 3열은 완전히 접히기 때문에 차박(차에서 숙박)에 활용할 수 있다. 2열도 접을 수 있는데, 2열을 접으면 단차가 있다.
편의사양은 부족함 없이 갖췄다. 360도 서라운드뷰 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운전을 돕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연결도 편리하다. 다만 내비게이션 활용은 좀 불편하다. 티맵 내비게이션이 들어갔지만,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스마트폰과 연동해야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 출시된 그랜드체로키L은 오버랜드, 써밋리저브 두 가지 트림인데 어답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결합하여 작동하는 자율주행 레벨2 등급의 액티브 드라이빙 어시스트 시스템은 써밋 리저브 트림에서만 쓸 수 있다.
복합 연비는 7.7㎞/L, 판매 가격은 오버랜드 트림이 8780만원, 써밋리저브 트림이 9780만원(부가세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