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하투(夏鬪·여름투쟁) 시즌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지엠은 아직까지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양사의 실적에 더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찬성률이 50%를 넘으면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할 방침이다.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한국지엠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다. 노조는 "조합원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는 꼼수에 분노로 답하자"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월 기본급 14만2천300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에 해당하는 성과급(1694만원 상당)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8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만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8년간 누적 손실액은 3조원을 넘는다. 한국지엠은 노조와 교섭에서 "장기적인 생존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이미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달 13일부터 이틀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찬성률 80.6%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후 중노위 조정중지 결정을 거쳐 지난달 26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사측에 "파업의 효과와 참여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임단협에서 월 기본급 9만7472원 인상과 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 임금 피크제 폐지, 일시금 총액 500만원 지급, 기존 500%인 정기상여금 600%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이제 막 경영 정상화가 시작된 단계에서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작년 162억의 순이익을 내며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르노코리아 사측과 노조는 소송전에 돌입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임금피크제 무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임금피크제로 깎인 1인당 2000만~3000만원 안팎의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다. 앞서 르노코리아 노사는 2015년 호봉제를 폐지하고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며, 매년 직전 연도 임금의 10%를 감액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어려운 차 업계 현안이 계속되고 있는데, 파업 투표와 중노위 조정 신청은 매년 반복된다"면서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신차 대기가 길어진 소비자들의 불편이 더 커진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