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기존 모델의 성능·디자인 변화 없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을 인상했다. 국산차 기업은 그간 완전변경(풀체인지)이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연식변경 등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높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특한 사례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예고 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테슬라식 기습 인상 정책이 국산차로도 침투하는 모습이다.
28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연식변경 트레일블레이저(2023년형)의 가격을 모든 트림에서 50만원씩 인상했다. 성능이나 옵션 변경 없이 가격만 올린 것이다. 프리미어 트림은 2489만원(이하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에서 2539만원, 액티브(ACTIV) 트림은 2646만원에서 2696만원, RS 트림은 2690만원에서 2740만원으로 가격이 각각 올랐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연식변경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며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가장 저렴한 LS 트림(1959만원)을 없애고 두 번째 저렴한 LT트림(2263만원)은 한시적 미운영이라며 당분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프리미어·액티브·RS 트림은 이전 모델보다 가격을 약 50만원씩 올렸다.
이번 테슬라식 기습 인상이 더해지며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이전 세대 대비 가격이 트림별로 약 100만원이 오르게 됐다. 특히 하위 트림들이 사라지며 최저가는 종전 세대 1959만원에서 2023년형 2539만원으로 580만원 오른 셈이 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카플레이션(car+inflation)'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산 완성차 5개사는 주로 연식변경 등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5~10% 인상하고 있다. 현대차(005380) 공시를 보면,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의 대당 평균 판매 가격(ASP)은 올해 1분기 기준 승용차 4690만4000원, RV(레저용차량) 4528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2020년 1분기)보다 승용차는 12.1%, RV는 8.4% 상승한 수치다.
테슬라는 성능·디자인 변화 없이 가격을 기습 인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들어 국내에서 6번 가격을 올렸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모델3 롱레인지는 5999만원에서 8469만원, 모델Y 롱레인지는 6999만원에서 9664만원, 모델Y 퍼포먼스는 7999만원에서 1억473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부품 수급난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