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완성차 기업의 영업이익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배경은 ‘SUV 판매 비중 확대’였다. 현대차는 작년 동기 대비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940억원 증가했는데, 이 중 믹스 개선이 영업이익 1조330억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5조6740억원 증가한 데에도 믹스 개선(2조5800억원)의 역할이 컸다.

작년 5월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수출되는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평택항에서 선적 대기중인 모습. /현대차 제공

믹스 개선이란 판매가격이 비싸고 마진율이 높은 고부가 제품을 많이 팔아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에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가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작년 동기 대비 제네시스는 판매 비중이 소폭(5.3%→5.4%) 늘었으나 SUV는 판매 비중이 5%포인트(P) 이상(47.3%→52.4%)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현대차가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한 데는 SUV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제네시스 SUV인 GV60, GV70, GV80까지 포함할 경우 현대차의 올해 2분기 SUV 판매 비중은 55.1%에 달한다.

현대차뿐 아니라 최근 여러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부품 수급난으로 판매량 감소를 겪고 있음에도 영업이익이 늘었다. 이 역시 세단에서 SUV로 글로벌 수요가 옮겨가며 마진율이 커진 영향이다. SUV는 동급이라도 세단에 비해 가격이 비싸 마진율 높다. 기아(000270)는 올해 2분기 RV(레저용 차량) 판매 비중을 65.4%(작년 2분기 56.5%)로 높이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2조원대를 돌파했다.

SUV는 세단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 세단 쏘나타와 SUV 투싼은 ‘N3 플랫폼’을 공유한다. 제네시스 세단 G80·G90과 SUV GV70·GV80도 ‘M3 플랫폼’을 공유한다. 폭스바겐의 세단 아테온과 SUV 아틀라스도 동일한 ‘MQB 플랫폼’에서 만들어진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핵심 요소를 갖춘 일종의 뼈대다. 플랫폼에 각 모델의 성격과 차급에 맞는 차체를 얹고 엔진 등을 탑재하면 차량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즉, 세단보다 SUV의 차체가 크더라도 생산비용이 그에 비례해 훨씬 많이 드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같은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차들은 많은 부품을 공유한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의 마크 웨이크필드 자동차 부문 글로벌 공동 대표는 세단과 SUV의 제조 비용을 비교했을 때 “(엔진 등) 파워트레인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SUV는 보다 많은 인테리어 비용을 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차체 보디와 섀시에 들이는 비용은 거의 차이가 없다”면서 “제조 비용 차이는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소비자 시장에선 SUV의 가격이 세단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엔트리급 세단은 차체가 작고 수요자들이 첫차로 많이 사기 때문에 가격이 가장 낮은 반면, SUV는 차체가 크고 패밀리카 수요가 많아 세단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 켈리블루북의 수석 시장 분석가 잭 네라드는 “차체가 큰 차량(taller vehicles)에는 항상 약간의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말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마진율이 높은 SUV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흐름이라 수요에 공급을 맞춘다는 측면도 있다. 한국지엠 쉐보레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세단은 말리부가 유일하다. SUV 시장에서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이쿼녹스, 트래버스, 타호 등 라인업을 갖춘 것과 대비된다. 북미 시장에선 포드가 피에스타, 퓨전, 토러스를 단계적으로 단종하고 머스탱만 세단을 생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