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 남부 지역에 시간당 최대 50㎜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침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곳 차량 집하장에 주차된 수십 대의 차량이 창문 바로 아래까지 물에 잠긴 것이다.
이곳에서 수십대의 차량이 침수 피해를 본 이후 침수 현장에서 번호판과 함께 포착된 차량이 중고차 거래 사이트 ‘엔카닷컴’에 ‘엔카에서 직접 진단한 무사고 차량’이라는 문구와 함께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카닷컴은 해당 차량의 피해 사실을 확인해 매물 등록과 진단을 취소하고, 재점검 혹은 폐차를 검토 중이다. 엔카닷컴 측은 “차량 침수 피해를 본 상사가 피해를 수습하는 동시에 해당 매물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있다”며 “침수된 차는 모두 판매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침수차라고 해도 피해가 적은 경우는 물기를 말리고 점검해 부품을 교체하면 되지만, 이번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곳의 차량은 대부분 엔진까지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어 폐차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자장비 부품 비중이 커진 최근 차량은 한 번 물에 잠기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에 유의해야 한다.
일부 중고차 매매업자는 침수차를 수리한 뒤 이력을 숨기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 요즘에는 침수차를 구별하는 방법을 먼저 확인한 뒤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 일부 업자들은 시트 안쪽을 꼼꼼히 세척하고 침수 당시 오염된 부품 등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침수 이력을 속인다.
전문가들은 실내와 엔진룸을 직접 확인하고 성능점검 기록부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침수 피해를 입은 차라면 건조 이후 탈취 작업을 거쳤다고 해도 실내 악취가 남아있다.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을 작동시켜 악취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의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안쪽에 오염이 없는지 살펴보고, 안전벨트가 교체된 적이 있는지도 살피면 좋다.
차량 외부 램프나 실내등에 습기가 차 있거나 연료구와 같은 부품에 녹이 슨 흔적이 있다면 침수차일 가능성이 있다. 또 연식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싸거나 차량 소유자가 여러번 바뀐 차라면 침수 가능성을 의심해볼 만하다.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 사이트를 통해 침수 사고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보험이 아니라 자비로 수리한 경우 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는 없다.
침수차 의심 차량을 피하는 확실한 방법은 판매업체가 100% 환불을 보증하는 차량을 구매하거나, 완성차 업체가 인증한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볼보 등 국내에서 차를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대부분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중고차를 매입한 뒤 200개 안팎의 품질 검사를 통해 침수 등 하자가 있는 차를 걸러낸 뒤 품질이 인증된 제품만 판매한다. 현대차(005380)도 내년 5월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