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오는 전기차 가격이 보조금을 많이 받기 위해 5490만원으로 책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5500만원 미만 전기차는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전기차 업체는 소비자가 보조금을 많이 받으면 판매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옵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렉서스코리아는 지난 15일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BEV) 'UX 300e'를 5490만원에 출시했다. UX 300e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UX'의 전기차 모델이다. 2020년 중국과 유럽, 일본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으며 국내 시장엔 2년여 늦은 이달 상륙했다. 국가별 최저 판매 가격을 살펴보면, 국내 출시가는 중국 36만2000위안(약 6945만원)과 영국 4만2645파운드(약 6670만원)보다 저렴하고 일본 본토 판매가격 580만엔(약 5560만원)보다도 약간 낮다.

폴스타2. /폴스타코리아 제공

UX 300e의 출시가는 5500만원 미만이어서 소비자는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국고보조금 605만원과 지방보조금 172만원(서울 기준)을 받으면 소비자 부담 가격은 4713만원으로 떨어진다. 자동차 업계에선 "렉서스가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져 가격을 예상보다 낮게 책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UX 300e는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약 233㎞(상온 복합 기준)로 비교적 짧고, 급속충전 규격이 국내 표준인 DC콤보가 아닌 DC차데모(CHAdeMO·일본식 급속충전시스템)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 렉서스는 이를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가격(5490만원)으로 상쇄하려는 전략이다.

앞서 폴스타코리아는 올해 1월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를 5490만원에 출시했다. 소비자가 국고보조금 591만원과 지방보조금 168만원(서울 기준)을 받으면 최종 부담 가격이 4731만원으로 떨어진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선 정부 보조금으로 가격이 확 낮아지면 판매량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차량가액이 6000만원이었던 작년까진 '5990만원' 전기차 신차가 줄줄이 나왔다.

소비자들은 보조금 100%를 받아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반기면서도 "기본 가격만 5500만원 미만으로 책정했을 뿐 옵션을 비싸게 판다"며 불만이다. 옵션을 추가한 최종 구매가격이 6000만원이 넘더라도 보조금은 100% 지급되기 때문에 완성차 기업이 기본 옵션을 미비하게 구성하곤 패키지 가격을 높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폴스타2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방 충돌 경고·제동 시스템 등을 묶어 '파일럿 패키지'로 259만에 판매하고 있다. 또 많은 운전자가 선호하는 통풍시트를 옵션에 추가하려면 449만원짜리 '통풍시트 겸 니파 가죽시트 패키지'를 골라야만 하고, 이 패키지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등을 적용한 499만원짜리 '플러스 패키지'가 함께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