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GT’는 포르셰의 쟁쟁한 슈퍼카 가운데에서도 고성능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포르셰가 지난 3월 출시한 ‘카이엔 터보 GT’는 2007년 단종한 ‘카레라 GT’ 이후 15년 만에 GT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기본 카이엔에 고성능을 입힌 ‘터보’ 모델보다 더 강력해졌다. 최고 출력이 650마력에 달해 제원만 보고선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카이엔 터보 GT를 타고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 자유로를 거쳐 고양시 일산동구까지 왕복 약 80㎞를 달렸다. 지난달 열린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 행사에선 이 차를 타고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도 달려봤다.
우선 카이엔 터보 GT의 외관을 보면, 전장(차 길이)이 4940㎜, 전폭(차의 폭)이 1995㎜로 차체가 크다. 전장과 전폭만 보면 현대차(005380)의 팰리세이드(전장 4995㎜, 전폭 1975㎜)와 비슷한데, 전고는 1620㎜로 팰리세이드(1750㎜)보다 130㎜ 낮다. 카이엔은 기본 모델도 전고가 1696㎜로 낮은 편인데, 터보 GT는 쿠페형 SUV라서 전고가 더 낮다. 차체가 넓고 길고 낮다는 뜻으로, 후면을 보면 쿠페형 SUV 특유의 스포티하고 매끈한 인상이 확연히 느껴진다. 전면부는 헤드램프가 한눈에 봐도 ‘포르셰구나’ 싶고, 그릴이 전면을 꽉 채울 정도로 양옆으로 넓어 독특하다.
쿠페형 SUV는 2열 지붕이 깎여 천장 높이가 낮다. 2열에 아이들이 탑승하면 편안할 것 같고, 키가 큰 성인이 탑승하면 불편할 것 같았다.
시동을 걸면 스포츠카다운 경쾌한 배기음이 울린다. 카이엔 터보 GT의 주행모드는 노멀과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주얼 등이 있다. 우선 일반 모드로 놓고 주행했다. 급가속할 때를 제외하면 배기음이 크게 들리지 않고 흔들림도 적었다.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흡수하고, 배기음은 적당히 절제돼 요란하게 주행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어린아이를 태운 아빠의 주행을 가정하며 운전했을 때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일반 모드에서만큼은 ‘가족을 위한 슈퍼카’ 카이엔의 모습을 계승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스포츠 모드와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바꿔보니 괴물이 깨어났다. 배기음이 한결 날카로워졌고, 액셀을 밟을 땐 일반 모드보다 두 배는 빠르게 치고 나가는듯 했다. 카이엔 터보 GT는 포르셰에서 가장 강력한 8기통 엔진인 4ℓ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650마력, 최대 토크 86.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주행 모드를 노멀, 스포츠, 스포츠플러스로 바꾸면 점차 지상고가 낮아지며 차체도 슈퍼카다운 모습으로 변모한다. 노멀 모드가 온순한 편이라 그런지 주행감에서 확 차이가 난다.
서킷에서 카이엔 터보 GT를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설정하고 액셀을 힘껏 밟으니, 배기음이 대기를 울리며 650마력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서킷의 직선 구간에서 풀액셀로 최고 시속 200㎞ 안팎까지 최대한 빠르게 속도를 올렸는데, 카이엔 터보 GT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 차의 제로백(시속 0㎞에서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3초다. 시속 200㎞ 정도 속도에서 인스트럭터의 지도에 따라 풀브레이크로 급감속해보니 브레이크가 속도를 확 낮춰줬고, 주행 속도를 감안했을 때 운전자에게 주는 충격도 적었다. 이 차가 SUV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였다.
코너링 구간에선 고속에서도 부드럽게 트랙을 빠져나갔다. 포르셰의 테스트 드라이버 라스 케른은 카이엔 터보 GT를 타고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에서 SUV 부문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832㎞를 7분38.9초 만에 주파하며 2019년 아우디 RS Q8이 수립한 기록(7분42.2초)을 경신했다. 민첩한 방향 전환과 가속이 증명된 차라는 뜻이다.
카이엔 터보 GT의 가격은 2억4680만원이며 터보 쿠페의 가격은 1억93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