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에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등 미래 먹거리 산업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을 위해 투자하기로 한 55억달러를 포함해 총 105억달러(약 13조원)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안겨준 것이다.
정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단독 환담한 뒤 “어제 미국 전기차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55억달러 외에,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미국 기업들과 로보틱스, 도심항공,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투자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 높은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투자 규모는 총 105억달러로 늘어났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1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는 데 55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인 이 공장은 1183만㎡ 부지에서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2025년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한 2005년 앨라배마 공장 가동 이후 20년 만에 순수 전기차만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미국 내에 확보하게 된다.
정 회장은 “조지아주에 들어설 새로운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국 고객들을 위한 높은 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산업의 리더로 도약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억달러가 넘는 신규 투자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전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무공해 친환경 차량의 비율을 40~50%까지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추가 투자에 바이든 대통령은 환영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에 대한 100억달러(약 13조원)가 넘는 투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 자동차 기술에 대한 50억달러(약 6조원)가 넘는 투자와 조지아주 사바나에 55억달러(약 7조원)를 들여 짓는 공장이 내년 1월까지 8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이 시설은 2025년부터 최신 전기자동차와 배터리를 만들 것이고, 이는 미국인에게 경제적 기회”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2030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정책을 설명하고 “과감한 목표지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20~22일) 동안 그와 단독 환담을 갖고 투자 계획까지 발표한 것은 정 회장이 유일하다.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은 당초 10여분 정도로 예정됐지만, 환담과 언론 발표, 추가 환담까지 이어지면서 총 50분가량 진행됐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 돼 왔다”며 미국의 오래된 협력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