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吉利 ·Geely)차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폴스타’를 출시하고 상용차 ‘싱샹’ 생산을 앞둔 가운데, 이번엔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4% 인수에도 나섰다.

11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지리그룹 산하 지리오토모빌홀딩스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264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르노그룹이 지분 80.1%를, 삼성카드가 19.9%를 갖고 있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이 비율은 르노그룹 52.9%, 지리그룹 34.02%, 삼성카드 13.1%로 바뀐다. 지리차가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지리차가 2018년 10월 중국 저장성에서 자사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공개하고 있다. /지리차 공식 홈페이지

지리차의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는 한국 시장 진출의 포석이자 글로벌시장 진출의 교두보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리차는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 성숙한 지역이며, 여러 국제시장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제품 국제화 측면에서 장기적인 전략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리차는 제품 국제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악명이 높은 곳이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내수 판매량은 126만1854대로 수입차를 포함한 국내 총 자동차 판매량 173만5000대의 약 73%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 기업은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 탓에 국내 소비자들이 우호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지리차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직접 수출 대신 지분 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리차는 국내에서 여러 방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 볼보와 합작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2′를 올해 1월 출시하며 국내에 상륙했다. 폴스타2는 전량 중국 지리자동차 루차오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지난달 460대가 판매되며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리차는 올 초 르노코리아와 함께 2024년부터 부산공장에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하기로 했고, 국내 부품업체 명신과는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전기 화물차 ‘싱샹’을 생산하기로 했다. 수출에서 생산, 상용차 시장까지 전방위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지리차는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로 미국 시장을 노크할 기회도 생겼다. 로이터는 지리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지분 인수가 ‘미국 시장을 향한 열린 문(open door)’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지리그룹의 이번 투자는 한국에서의 자동차 판매를 넘어 중국 자동차 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 차량을 미국에 수출하기 위한 방법”이라면서 “지리차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에 공급할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어 지리그룹은 한국에서 생산한 지리차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다만 지리차가 최종적으로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보다 높은 한국의 인건비와 현대차·기아가 지배하는 시장구조로 지리차는 국내에서 더 높은 제조 비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