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기업 회생을 위해 재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첫 번째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해 생산이 중단된 것인데, 쌍용차는 배터리 업체로부터 제품을 받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전기차 대신 새로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 'J100(프로젝트명)'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초 코란도 플랫폼을 사용해 만든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다. 초기 생산 물량은 유럽 시장에 수출했고, 국내에서도 사전 계약을 실시해 3000대 정도 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내 출시 이후 코란도 이모션의 판매량은 100여대 수준이다.
그마저도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코란도 이모션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공급하고 배터리 패킹 작업은 LG전자(066570)가 담당했는데, LG전자가 관련 사업을 축소하면서 배터리 공급이 중단됐다. 쌍용차는 LG전자에 이미 계약된 물량에 대해서만이라도 배터리 공급을 요청했고, LG전자는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변한 상태지만 실제로 배터리 공급이 이뤄지려면 협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 코란도 이모션 계약자들이 차를 인도받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란도 이모션은 쌍용차 회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모델로 꼽힌다. 쌍용차가 회생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수혈 받으려면 전기차 분야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증명하고, 동시에 제품 판매 규모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처음 시행되는 무공해차 보급 목표에 따라 쌍용차는 판매량의 8% 이상을 배출가스 없는 전기차(수소 연료전지차 포함)로 채우지 못하면 1대당 60만원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연간 수십억원의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으려면 코란도 이모션의 생산 재개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부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쌍용차는 당초 올해 여름 출시 예정이었던 J100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J100은 코란도보다는 크고 대형 SUV '렉스턴'보다는 작은 중간 크기 SUV로, 지난해 스케치 이미지가 공개된 이후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평택 공장에서 J100을 시범 생산하며 막판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쌍용차는 J100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생산량을 늘려 비용 부담을 낮추고 이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의 재매각 작업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쌍용차와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조건부 인수제안서를 접수해 이달 13일 우선매수권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쌍용차 인수 의지를 밝힌 KG그룹과 쌍방울그룹,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 이엘비앤티(EL B&T) 등 4곳은 예비실사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코란도 이모션과 J100, 그리고 이후 후속 모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