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의 소형 세단 '아반떼'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다차종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라인 공사가 이뤄지면서 공장이 셧다운(생산 중단)됐는데, 현대차는 공사로 인한 생산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이번 주 토요일(14일) 특근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공사가 끝나면 울산 3공장에서는 한 개 라인에서 5종 이상의 차량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근로자는 부품을 하나씩 가져와 조립했는데, 앞으로는 차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선반에 한꺼번에 실어 나른 뒤 조립하게 된다.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와 함께 선반도 움직인다.
각 차종에는 서로 다른 부품이 들어가는 데 이 방식을 사용하면 부품이 섞이지(이종 장착) 않아 여러 개 차종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부품을 한꺼번에 가져와 생산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울산 3공장에 먼저 다차종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후 다른 공장으로도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자동차 공장이 전동화·스마트화를 위해 속속 변신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기 위해 울산 1공장에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충남 아산 공장의 설비 공사를 마쳤다. 아산 공장에서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이 생산될 예정이다.
울산 3공장처럼 다차종 생산을 위한 설비 공사도 시작했다. 다차종 생산을 위한 공장 개조는 생산을 유연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다차종 생산 방식은 해외에서는 흔한 방식이다. 르노코리아의 부산공장과 쌍용차 창원 공장도 이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경우 그동안 노조의 반대로 다차종 생산 도입이 늦어졌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설비를 개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 차질이 만성화된 상황에서 다차종 생산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각 공장 생산라인에서 생산하는 모델이 정해져 있어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은 고객 주문이 밀려도 생산량을 확대하기 어렵고, 반대로 수요가 적은 차종은 빈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경우(공피치)가 발생한다. 다차종 생산 시스템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감이 적은 라인에 수요가 몰리는 차종 일감을 나눠줄 수 있다.
기아는 전기차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광명과 화성에 있는 공장에 다차종 생산 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설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때뿐만 아니라 기존 공장을 개선하는 데에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