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신형 ‘G90′의 리무진 모델 출시가 반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기본 모델보다 실내 공간이 더 넓은 리무진은 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직자 의전용으로 주로 쓰이는데, G90 리무진 출시가 지연되면서 의전차 시장에서 벤츠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G90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공개하면서 ‘G90 롱휠베이스’도 함께 선보였다. G90 롱휠베이스는 기본 세단보다 차 길이(전장)가 190㎜ 더 길어 실내 공간이 넓은 리무진 모델이다. G90 롱휠베이스 가격은 1억6557만원으로, 일반 모델보다 7600만원 높은 가격에 책정됐다.

제네시스가 지난해 말 공개한 신형 'G90' 롱휠베이스 모델. /제네시스 제공

G90 신모델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지만, 롱휠베이스는 아직이다. 현대차 측은 내부 인증 문제로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중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롱휠베이스 출시만 지연되고 있는 것이 슈퍼차저 엔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배기가스나 전기차 주행거리 등을 제외한 성능 인증은 완성차 업체가 자체 테스트를 통해 진행한다”며 “인증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면 내부적으로 성능이나 안전 관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G90 출시를 발표하면서 롱휠베이스에 제네시스 모델 중 처음으로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e-S/C)를 적용한 가솔린 3.5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이 슈퍼차저 엔진은 낮은 엔진 회전(rpm) 영역대에서 모터를 통해 압축시킨 공기를 한 번 더 과급해 저·중속에서 가속 응답성을 높이고, 승차감도 개선한다. G90 일반 모델은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0kgf.m의 주행 성능을 내는데,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된 롱휠베이스의 최고 출력은 415마력, 최대 토크는 56.0kgf.m에 이른다.

G90 롱휠베이스 실내 모습./제네시스 제공

의전 특화 모델인 G90 리무진 출시가 반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의전용 차량 시장에서 벤츠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대형 세단 ‘S클래스’ 7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은 이후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데이터 업체 카이즈유에 따르면 최근 1년(2021년 4월~2022년 3월) S클래스 판매는 1만3500여대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G90은 6400여대가 판매됐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S클래스 판매가 3589대, G90은 2977대였다.

현대차 측은 “부품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서 차량 인도가 늦어지고 있지만, G90 계약을 시작한 첫 날에만 1만2000여대가 계약되는 등 수요가 많다”며 “생산이 정상화되고 롱휠베이스 모델이 출시되면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