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독특한 스티어링 휠(Steering Wheel·운전대)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핸들은 운전자가 가장 많이 조작하는 부품으로, 실내 디자인의 핵심이다. 다만 지나치게 독특한 디자인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우디는 지난달 콘셉트카 '아우디 어반스피어'를 공개하며, 가로로 길쭉한 팔각형 형태의 핸들을 선보였다. 알파벳 'D'가 반시계 방향 90도로 누운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인 소위 'D형 핸들'은 스포츠카를 비롯해 승용차 시장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디자인이다. 반면 아우디 어반스피어의 핸들은 위쪽도 아래쪽과 마찬가지로 잘라내며 독특한 팔각형 형태의 모습을 띠고 있다. 'O'형의 잔상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핸들 포크(원 중심부와 테두리 휠부분을 잇는 막대 부분)의 버튼을 모두 없애고 터치식으로만 구성했다.
현대차(005380)는 작년 말 1세대 그랜저(1986년 출시) 외양을 그대로 구현한 전기 콘셉트카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를 선보이며 독특한 핸들을 선보였다. 1세대 그랜저 디자인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당시와 같은 원 포크 핸들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핸들의 중앙부에서 6시 방향까지 하나의 포크가 기둥처럼 커다랗게 자리한다. 3시와 9시 방향 포크를 없앴고, 대신 이곳에 컨트롤러를 부착했다. 포크는 장거리 운전 시 운전자가 핸들을 보다 편안하게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는 과거 디자인을 보다 강조했다.
아우디 어반스피어와 현대차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는 콘셉트카로 디자인 방향을 담았지만, 양산되는 모델은 아니다. 그런데 테슬라와 렉서스는 더 독특한 디자인의 핸들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작년에 나비 모양의 요크(Yoke) 핸들을 모델 S와 모델 X에 적용해 판매했다. 전통적인 둥근 디자인을 완전히 탈피해 핸들의 위쪽 반원을 아예 삭제했다. 아래쪽도 반원보다 네모 모양에 가깝다. 항공기 핸들에 주로 쓰이는 디자인으로, 국내 테슬라 차주들은 멋지다는 이유로 사설 업체를 통해 기존 핸들을 요크 핸들로 교체하는 사례도 많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둥근 스티어링 휠은 지루하고 스크린을 막는다"며 요크 핸들을 도입했다.
일본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도 첫 전용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Z 450e'를 지난달 유럽과 북미 시장에 출시하며 요크 핸들을 도입했다.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렉서스가 테슬라처럼 파격을 선보인 것이다. 도요타는 요크 핸들이 운전자의 다리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며 전방 시야 가시성도 높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요크 핸들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한 테슬라와 달리 렉서스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요크 핸들은 F1 그랑프리 경주차에 주로 탑재되는 핸들이다. 전방 가시성이 좋고 레그룸 확보에 용이하다. 그러나 공도 주행에선 좁은 골목길 코너를 돌거나 주차할 때 등 핸들을 360도 이상으로 회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안전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있다. 그랑프리 경주에선 보통 핸들을 180도 이상으로 회전하지 않는다.
테슬라가 작년 요크 핸들을 도입한 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10명의 자동차 엔지니어와 함께 1주일 동안 테슬라 요크 핸들에 대한 자체 테스트를 실시해 "안전 면에서 위험하며, 테슬라의 시도는 어리석고 무모해 보인다"는 혹평을 내놨다. 테스트에 참여한 한 엔지니어는 "빠른 속도로 회전할 때 잡을 것이 없어서 회전 도중 일시적으로 제어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