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코로나 재확산으로 원자재·부품 수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에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발표했다. 고수익 모델 판매가 늘었고 차 판매 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인데,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도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8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50원대에 진입하면서 수출 기업이 상당한 수혜를 입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물건을 팔고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산할 때 이익이 늘어나 수익성이 개선된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정유·화학, 중공업 등 국내 주력 수출 업체는 환율 상승 덕에 이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무역협회는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때 국내 기계장비, 컴퓨터·전자, 운송장비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많이 오른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환율은 1250원 부근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인데, 최근 환율은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한 2020년 3월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 원화 절하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미국이 긴축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 상승이 항상 호재인 것은 아니다. 완성품을 생산하려면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데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 대기업 관계자는 "환율 효과로 1분기 이익이 증가한 기업들이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원가 부담을 높이는 상황이 되면 국내 수출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환율 상승은 달러 부채가 많은 항공사나 해운사의 채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달러 부채 규모가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한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하는 상환 비용이 늘어나 이익이 줄어든다.
최근 환율이 뛴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인데, 미국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국내 기업의 직간접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환율 수준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이 실물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것"이라며 "기업이 경영 계획을 짤 때 전망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상승했지만, 일본 엔화 가치가 더 큰 폭 떨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수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8원 수준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000원을 웃돌았는데 최근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원엔 환율도 떨어졌다. 원화보다 엔화 가치가 더 큰 폭 떨어졌다는 의미인데,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 가격 경쟁력이 한국 제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엔화를 비롯한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주요 품목에서 수출 경합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이 1위, 일본이 2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철강, 화학 등 총 16개로, 그 중 양국 점유율 차이가 5%포인트에 불과한 품목은 7개다.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달러화와 엔화, 중국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를 보면, 달러 대비로는 원화 가치가 14.6% 하락했고, 엔화와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는 각각 7.5% 절상, 13.7% 절하됐다. 환율에 따른 수출 효과를 따져본다면 미국이나 중국 대비로는 개선됐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