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제주시 도남동에 있는 약 1만4000㎡(약 4235평) 규모의 토지를 매입한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이 곳에 차량 관람과 시승, 구매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기아는 도남동 212번지 등 연접한 총 7개 필지 토지를 매입하기로 하고 해당 필지들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매매 예약)를 설정했다.
해당 필지는 ▲도남동 212번지(과수원, 1525㎡) ▲도남동 212-2번지(과수원, 1297㎡) ▲도남동 320-4번지(대지, 609㎡) ▲도남동 320-10번지(과수원, 1375㎡) ▲도남동 322번지(과수원, 3359㎡) ▲도남동 324번지(과수원, 2572㎡) ▲도남동 325번지(전, 3265㎡) 등이다. 기아는 이 필지를 모두 보유하고 있던 제주 소재 한 소규모 관광호텔 대표 A씨와 지난해 10월 일괄 매매 예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매매거래는 통상 계약금을 넣고 잔금을 치른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순서로 이뤄진다. 가등기는 잔금을 지급하기 이전에 설정하는 예비등기다. ▲매매 계약을 원인으로 하는 가등기(계약금을 지급하고 1년 뒤 잔금을 지급할 예정인 상태에서 가등기) ▲매매 예약을 원인으로 하는 가등기(매매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증거금을 송금하고 매매가격을 확정한 상태에서 가등기)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등기를 하면 가등기 시점부터 향후 본등기 시점까지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권리에서 매수인 측이 최우선순위를 확보한다. 따라서 매도인은 해당 부동산을 활용해 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고, 제3자에 매각하기도 어렵다. 제3자가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더라도 추후 소유권이 다시 매수인(기아)에게 넘어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즉, 기아는 매매 본계약을 아직 체결하지 않았지만 해당 토지를 취득 완료하기 위한 의지를 가등기로 표출한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7개 필지 가운데 6개 필지가 농지여서 가등기를 맺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농지를 취득할 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반드시 발급받아야 하는데, 매매 예약만 하고 가등기를 설정할 땐 이 증명을 내지 않아도 된다. 추후 본등기 시 제출해야 할 자료이기 때문이다. 소유권이전등기를 서둘러 마치지 않고 가등기를 먼저 해둔 이유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기아는 7개 필지에 건물을 신축할 계획을 갖고, 제주시 건축과와 소규모 재해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재해영향평가는 개발사업 추진하기 전 단계에서 본격적인 인허가 절차에 앞서 자연재해 저감방안 등을 심사받는 것을 말한다.
기아가 이곳에 어떤 형태의 건물을 지을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기아는 이곳에 '제주 통합거점'을 신축하겠다고 제주시에 밝혔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제주에 각각 5곳, 8곳의 지점을 두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시설 등 용도로 신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자동차 관련 시설'은 건축법상 주차장이나 세차장, 폐차장, 검사장, 매매장, 정비공장, 운전학원, 정비학원, 차고 등 용도로 활용되는 건물을 말한다.
이를 근거로 비춰보면 기아는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에서 개관한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건물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차량 관람과 시승, 구매, 브랜드 체험 등을 한곳에서 모두 할 수 있게끔 만든 공간이다.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약 5000㎡ 대지에 지어졌는데, 제주는 이보다 대지(1만4000㎡)가 3배가량 넓어, 독특한 목적의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신축 계획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