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달리는 컴퓨터’로 불릴 만큼 다양한 전장(전자장비)이 설치되면서 차를 원하는 옵션으로 코딩해 사용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 코딩이란 차량 소프트웨어가 관장하는 기능 중 잠겨있는 부분을 활성화하거나, 활성화된 기능을 비활성화시켜 설정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완성차 업체는 코딩이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설정을 변경하는 것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일부 회사는 코딩 서비스를 한 차량에 대해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BMW 2016년형 5시리즈 중고차를 구입한 직장인 이모씨는 자동차 동호회를 통해 차를 코딩했다. 안전벨트를 풀면 나오던 경고음이 세 번으로 줄었고, 주행 중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던 재난알림도 뜨지 않았다.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펴지는 주행 속도도 기존 40㎞에서 20㎞로 변경됐고 후진할 때 지나치게 아래를 향하던 사이드미러 각도도 적당한 수준으로 조정됐다. 급제동하면 자동으로 비상등도 켜지게 했다. 이 씨는 “코딩만으로도 차 연식이 변경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간단한 작업으로 편의성을 높여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코딩은 자동차 출력 등 동력 부분의 설정을 변경하는 맵핑과는 다른 개념이다. 맵핑은 완성차 제조사가 설정한 엔진의 연료 분사량과 분사시기, 점화시기 등의 명령을 변경해 출력을 향상시키는 동력계 튜닝이다. 코딩은 동력계통이 아닌 차량의 소프트웨어 설정을 변경하는 것이다. 통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완성차 제조사가 국가별, 차종별, 트림별로 설정을 달리한 값을 변경하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코딩 전문 업체 관계자는 “코딩은 인포테인먼트나 경고음 등 주행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의 소프트웨어 값을 변경하는 것”이라며 “BMW는 코딩 접근성이 좋아 많은 운전자가 코딩을 한 뒤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코딩 작업은 대부분 완성차 제조사가 아니라 비공식적인 채널로 이뤄지다 보니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카페에는 스스로 코딩하는 방법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전문가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코딩은 차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작업으로 자칫 ECU가 먹통이 될 수 있다”며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코딩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브랜드로 알려진 BMW는 “무분별한 코딩 작업은 기존 차량 성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특히 파워트레인과 관련된 코딩의 경우 보증 서비스까지 제한받을 수 있다”며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BMW코리아 측은 “수리와 보증 서비스는 순정 상태의 차만 받을 수 있다”며 “코딩 작업 시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와 보증 서비스에 제한을 받을 수 있고, 코딩 작업을 한 경우 코딩을 삭제하고 서비스센터에 입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진 관련 코딩의 경우 운전자가 입고 전 삭제했다고 하더라도 코딩 흔적이 발견되면 보증 서비스 제한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