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엔진 다운사이징((낮은 배기량 엔진으로 더 높은 등급의 성능을 내게 하는 것)'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여전히 1.6리터(L) 터보 엔진보다 2.0리터 일반 자연흡기 엔진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K5(왼쪽)와 현대차 쏘나타(오른쪽)의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22일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형차 판매량을 엔진별로 살펴본 결과 기아(000270) K5는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4714대, 1.6리터 터보 엔진이 1190대 판매됐다. K5 전체 판매량 5904대 가운데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80%, 1.6리터 터보 엔진은 20%를 차지한다. 2.0리터 자연흡기 엔진 판매량이 1.6리터 터보 엔진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같은 기간 현대차(005380) 쏘나타도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3950대, 1.6리터 터보 엔진이 896대, 2.5리터 터보 엔진이 26대 판매됐다. 전체 판매량 4872대 가운데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81%, 1.6리터 터보 엔진은 18%, 2.5리터 터보 엔진은 1%를 차지한다.

1.6 터보 엔진은 배기량이 1600㏄ 안팎,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배기량이 2000cc 안팎이다. '중형차는 2000cc'라는 오래된 공식이 있지만, 터보 엔진은 통상 같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약 1.6배 출력을 더 낼 수 있어 엔진 크기가 작더라도 출력이 좋다. 터보 엔진 배기량이 1600㏄라면 출력이 2560㏄ 자연흡기 엔진에 해당하는 식이다.

1.6리터 터보 엔진은 2.0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하면 최고 출력과 최대토크,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 예를 들어 K5 1.6 가솔린 터보는 최고 출력 180ps에 최대토크 27.0, 복합연비 13.6㎞(L당·17인치 타이어 기준)다. K5 2.0 가솔린 자연흡기는 최고 출력 160ps에 최대토크 20.0, 복합연비 13.0㎞(L당·17인치 타이어 기준)다.

시장에서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인기인 이유는 가격 영향이 크다. K5 1.6 가솔린 터보는 '트렌디' 트림이 2505만원, '시그니처' 트림이 3230만원인 반면, K5 2.0 가솔린 자연흡기는 '트렌디' 트림이 2425만원, '시그니처' 트림이 3150만으로 1.6 터보엔진이 트림별로 80만~120만원가량 비싸다.

터보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 대비 부품 수가 많기 때문인데, 소비자들은 이 돈을 더 주고 터보 엔진을 선택할 만큼의 장점을 느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터보 엔진은 터보 랙(알맞은 양의 공기가 실린더로 흡입되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과 같은 특유의 현상이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6리터 터보 엔진은 2.0리터 자연흡기 엔진보다 가속이 좋아 소위 '거칠게 모는' 맛이 있는데, 아무래도 중형차 수요자들은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