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지난달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70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GV70과 동일한 플랫폼을 쓰지만, 350kW 초급속 충전, V2L(Vehicle 2 Load·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사용한 아이오닉5·EV6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주행 성능과 승차감도 내연기관 GV70과는 달라 전혀 다른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하남에서 가평까지 약 150㎞를 몰아봤다.
GV70 전기차의 외관은 내연기관차와 거의 비슷하지만 곳곳에서 약간씩 다르다. 우선 그릴은 G80 전동화 모델에서 선보인 '리버스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의 그릴이 탑재됐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열을 식혀야 해 그릴이 뚫려있지만 전기차는 막혀있다. 그릴 우측 상단에는 충전구가 있는데, 덮개를 닫으면 그릴의 일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후면은 머플러가 사라졌고 보다 넓고 간결한 수평 형태의 범퍼가 장착됐다.
내부는 내연기관차와 같다. 비행기 날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대시보드는 타원 형태로 부피감을 살렸고, 변속기 역시 회전 조작계(다이얼) 방식을 적용했다. 실내 뒷좌석은 센터 터널(2열 바닥 중앙에 볼록하게 솟아있는 공간)을 낮춰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이 주먹 2개 이상 들어갈 정도로 넉넉했다.
GV70 전기차를 탔을 때 가장 먼저 놀란 점은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된다는 것이다. 실내에 탑승해 차문만 닫아도 외부 공간과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시동을 걸었을 때 조용한 것은 물론이고 고속으로 달릴 때도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된다.
제네시스는 정숙성을 확보하기 위해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인 ANC-R(Active Noise Control-Road)을 적용했다. 4개의 센서와 8개의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노면소음을 측정·분석하고 반대 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로 송출해 실내 소음을 낮춘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등 세 가지가 있다. 브랜드 최초로 e-터레인 모드가 장착돼 눈길(SNOW), 모래길(SAND), 진흙탕길(MUD)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도심에서는 안락한 승차감을 보여주는데,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니 거침없이 속도를 높였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속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고속에서 한번 더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더 높아지는데,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되는데다 엔진음이 없어 실제 속도보다 적게 느껴진다. 고속 주행시 차가 위 아래나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 없어 매우 안정적이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아랫부분 중앙에는 부스트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른 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몸이 시트에 완전히 밀착될 정도로 엄청난 순간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GV70 전기차는 사륜 구동 단일 모델로 운영되는데 최대출력 320kW, 최대 토크 700N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부스트 모드는 기존 320kW의 최고출력을 10초간 360kW까지 끌어올려준다.
시승 구간에는 굽은 길이 연속되는 와인딩 구간이 있었다. 급커브가 반복돼도 차체 쏠림이 없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차체 하부에 77.4kWh 배터리를 배치해 무게 중심을 최대한 낮췄다.
V2L 기능이 있어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다. 실내용 V2L 콘센트는 트렁크 오른쪽 벽면에 장착됐다. 이전 모델들은 2열 좌석 하단에 있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으나 트렁크 쪽으로 위치가 변경되면서 활용이 더 용이해졌다.
공인 복합 전비는 kWh 당 4.3㎞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4.4㎞가 나왔다. 출발 전 주행 가능한 거리는 359㎞였고 주행이 끝난 뒤 계기판을 확인하니 214㎞로 표시돼 있었다. GV70 전기차 판매 가격은 7332만원(전기차 세제혜택 반영 및 개별소비세 3.5% 기준)이며 전기차 보조금 50%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