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로 꼽히는 지프 랭글러가 아웃도어 레저활동 인구 증가에 힘입어 판매량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디자인과 사륜구동(4x4) 능력, 독보적인 마니아 수요 덕분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올해 랭글러의 ‘강한 남자’ 이미지를 깨고 여성 고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랭글러의 전신은 지프가 제2차 세계대전을 위해 제작했던 미군 군용차다. 당시 군용차는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했기 때문에 오프로드 성능이 가장 중요했고, 기동성과 내구성까지 고루 갖춰야 했다. 이때부터 각진 차체에 루프 없이 개방된 사륜구동 SUV 형태는 정통 SUV의 기반이 됐다. 랭글러는 매 10여년마다 새로운 디자인 및 첨단 기술을 적용한 완전 변경 차종을 선보이고 있다.

지프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랭글러 4xe’./스텔란티스 코리아 제공

2018년에 부분변경을 거쳐 국내에 출시된 5세대 랭글러는 1세대부터 고수해온 지프 DNA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직렬 4기통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수동 개폐식 하드톱에 자동 방식인 파워톱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친환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랭글러 4xe를 선보였다.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 고압 배터리 팩, 첨단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으며, 총 3가지 주행 모드(하이브리드, 일렉트릭, e세이브)를 제공한다. 전기모드 만으로 약 32㎞를 주행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59g에 불과하다.

랭글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웃도어 활동이 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랭글러의 연간 판매량은 2017년 1425대에서 지난해 3127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지프 전체 모델 중 랭글러 비중 역시 2019년 20%에서 지난해 30%까지 늘어났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랭글러는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2019년 미국 자동차 시장 분석 업체인 아이씨카가 중고차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차 출시 5년 후 잔존가치를 분석한 결과,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와 지프 랭글러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2020년 국내 한 대형 중고차 업체가 진행한 조사에서 지프 랭글러는 출시 1년 후 잔존가치가 83%에 달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랭글러가 ‘터프한 남성만 타는 차’라는 편견을 깨고, 여성 고객을 적극 공략해 타깃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