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는 세계 스포츠카 시장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셰나 페라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마니아층을 위한 모델만 생산했지만, 메르세데스-AMG는 공도에서는 패밀리카로, 트랙에서는 스포츠카로 달릴 수 있는 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출시하면서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메르세데스-AMG GT 43′은 AMG가 독자 개발한 첫 번째 4도어 스포츠카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달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 24일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AMG 스피드웨이 트랙에서 새로운 ‘AMG GT 43′을 시승했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보다 좁은 부지에 건설돼 직선 구간이 짧고 경사와 곡선이 반복되는 구간이 많다.

메르세데스-AMG의 4도어 스포츠카 'AMG GT 43'./연선옥 기자

AMG GT 43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장엄한 느낌마저 주는 배기음이다. 시동을 걸면 으레 예상하는 으르렁대는 배기음이 아니라 낮게 깔린 베이스톤 배기음이 육중한 차체와 잘 어울렸다. AMG GT 43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MRA 플랫폼’을 공유해 길이 5055㎜, 폭 1955㎜로, 제네시스 ‘G80′(길이 4995㎜·폭 1925㎜)보다 크다.

대형 세단에 고성능 엔진을 단 차라 성능이 궁금했는데, 트랙에 입장해 속도를 높이자 스포츠카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은 부드러우면서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렸고, 반복되는 곡선 구간에서 가속과 제동은 날카롭고 정확했다.

메르세데스-AMG의 4도어 스포츠카 'AMG GT 43'./연선옥 기자

이 정도 덩치가 큰 차를 몰고 가속하면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을 받거나 차체를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는데, AMG GT 43은 속도를 150㎞ 이상으로 올려도 날렵한 차체가 스스로 밀고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 구간에 진입했을 때 좌석 시트와 안전벨트가 조여지기도 했지만, 차체는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도로에 바짝 붙어 중심을 잡았다.

AMG GT 43에는 ‘AMG 스피트시프트 TCT 9단 변속기’가 탑재됐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돼 최고 367마력 출력을 낸다. 최대 토크는 51㎏.m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5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시속 270㎞다.

메르세데스-AMG의 4도어 스포츠카 'AMG GT 43'./연선옥 기자

경사가 높아지는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 경험한 제동력도 탁월했다. 브레이크가 고성능 모델이라기엔 다소 무르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필요한 답력이 적은 것과 달리 제동 거리는 짧고 정확했다. 앞바퀴에 AMG를 상징하는 골드 캘리퍼(유압식 패드를 바퀴 디스크에 밀착해 제동력을 내는 부품)가 적용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메르세데스-AMG의 4도어 스포츠카 'AMG GT 43'./연선옥 기자

부분변경 모델에서 외관 디자인 요소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AMG 특유의 수직 그릴이다. 전면에 낮게 배치된 ‘상어의 코(샤크 노즈)’ 요소도 날렵한 이미지를 준다. 낮게 떨어지는 후면 라인은 매끈한 차체 디자인을 강조하고, 뒷부분에는 GT 차량의 상징인 얇고 길게 뻗은 후면 램프가 자리 잡았다.

내부에는 고성능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무엇보다도 스티어링 휠(운전대)이 압도적이다. 두께가 상당해서 손이 작은 운전자는 처음에 부담스러울 정도다. 익숙해지면 그립감이 좋아 트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드라이브 모드를 조절할 수 있는 두 개의 다이얼을 포함해 다양한 설정 메뉴가 스티어링 휠 안에 탑재됐다. 게임을 즐기는 조이스틱 느낌이다.

메르세데스-AMG의 4도어 스포츠카 'AMG GT 43'./연선옥 기자

센터패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보드) 설정에는 트랙 페이스, 랩타입 체크, 드래그 레이스 등 트랙을 달리면서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있다. 가속력과 제동력, 엔진 출력 등 주행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텔레메트리(원격 측정기)도 있다.

이번에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외장 색이나 휠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1㎞이고, 판매 가격은 1억4310만원이다. 스페셜 에디션은 1억696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