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가 가동률이 뚝 떨어진 부평 2공장의 근무를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만성적인 일감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속 모델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투자도 기약이 없어 부평 2공장이 군산공장처럼 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현재 2교대(전반 오전 7시~오후 3시·후반 오후 3시~11시)로 운영 중인 부평 2공장의 근무를 1교대로 전환하고, 이에 따른 유휴 인력을 부평 1공장 등 인력 수요가 많은 곳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노사 간 이견이 크지만, 2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엔 일감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노사가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만 생산하는 1공장의 경우 2020~2021년 연간 생산량이 각각 15만대 안팎을 유지했지만, '트랙스'와 '말리부'를 만드는 2공장 생산량은 2020년 11만대에서 지난해 5만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평에 있는 한국GM 공장 모습./조선일보 DB

생산량 차이가 크지만 두 공장 모두 2교대로 운영되고 있다. 1공장의 시간당 생산 능력이 60대, 2공장은 이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2공장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두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 수는 각각 1200명 정도로 비슷하다. 일감은 없는데 2교대가 유지되다보니 근무일도 정상적이지 않다. 전반조는 월~화요일만 일하고 후반조는 수~금요일만 근무하는 식이다. 2공장 인력 상당수가 유휴 상태라는 의미다.

1공장은 인력 부족이 극심하다. 트레일블레이저가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즉시 팔려나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신규 고용이 없는 상태에서 정년퇴직 등으로 근로자가 자연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격리 조치에 들어간 근로자도 크게 늘었다.

이에 사측은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입장이다. 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고 유휴 인력을 1공장으로 전환 배치하면 총 고용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장기적으로 부평 2공장뿐 아니라 엔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전환 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밀어내고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으면 엔진 생산이 종료될 수밖에 없다.

노조는 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려면 특근 감소로 발생하는 급여를 사측이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환배치에도 부정적이다. 1공장의 인력 부족은 신규 채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조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장치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해 엔진공장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일감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평 2공장에 대한 해법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커지면서 내부에서는 결국 2공장이 2018년 폐쇄된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공장에 대한 신차 배정이나 설비투자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서 결국 극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평 2공장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