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쌍용차 협력사들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를 반대하면서 인수 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원이 강제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남은 인수 절차가 완료될 수 있지만, 부품 협력사들의 반발이 커 쌍용차 인수가 무리하게 추진되더라도 기업 정상화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쌍용차 협력사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은 지난 21일 법원에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를 반대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한 번 더 법정관리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특히 채권단은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강제로 인가할 경우 일부 협력사가 (부품) 공급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협력사들이 오랜 공급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반대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에디슨모터스가 지급하겠다고 한 변제 금액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협력사들은 그동안 쌍용차로부터 받지 못한 납품 대금 등 5470억원을 채권으로 갖고 있는데, 에디슨모터스는 이중 100억원(변제율 1.75%) 정도만 갚겠다고 했다. 협력사들은 “이 돈을 받으려고 지금까지 고통을 감내한 것인지 참담하다”라고 했다.
쌍용차 안팎에서 에디슨모터스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달 22일 쌍용차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80여페이지의 사업 계획서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쌍용차 내부에서는 “사업 계획이 터무니없다”는 평가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기초조차 모르는 것 같다”는 불만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업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조직이 유기적으로 융합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쌍용차 내부에서 조차 회의론이 나오고 있어 협력업체의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협력업체들이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인 관계인 집회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계획은 전형적인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가장 나쁜 기업 인수 방식”이라고 했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방식에조차 부정적인데, 쌍용차 회생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협력사들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산은도 회생계획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셈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관계인 집회가 열리기 5일(영업일 기준) 전인 이달 25일까지 인수 잔금 2743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매각 작업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이날 잔금이 입금될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