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이 전동화(내연기관 모델을 전기차로 바꾸는 것) 전환을 서두르는 가운데 서로간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차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파워트레인(동력전달 기구)의 배치, 중량 배분, 무게 중심 등을 결정하는 기본 뼈대인 플랫폼까지 공유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 폭스바겐과 포드는 두 회사의 모빌리티 사업 부문 협력관계를 이전보다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과 포드는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 사업부와 더불어 상용차, 픽업트럭 등을 개발해오고 있었는데,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유럽 시장에서, 독일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미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폭스바겐 MEB 플랫폼./폭스바겐 제공

앞서 포드는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크로스오버 형태의 유럽 시장용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도 판매 목표는 60만대다. 폭스바겐과 포드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이 차량 이외에 새로운 차량을 한대 더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포드 전기차인 머스탱 마하-E보다 더 낮은 가격대의 차량이 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포드는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한 또 다른 전기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포드는 6년 동안 MEB 기반의 차량을 120만대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동화 속도와 수익성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포드와 함께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고 있다. 오늘의 합의는 두 회사의 전기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완성차 업체가 부품을 공유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동안에는 완성차 업체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또는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이 대부분이었다.

완성차 업체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래차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생산 라인을 전기차에 맞춰 전환하려면 한 공장 당 최소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아직 전기차는 개발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핵심 부품 기술을 공유하고 이를 표준화하면 부품사에 주문량을 늘릴 수 있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작년에는 혼다와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 플랫폼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혼다는 중소형 EV용 플랫폼을 GM과 공유하고, GM은 혼다에 전기 동력장치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하기로 한 것이다. 공유되는 부분은 비용 기준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닛산·미쓰비시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마쳤다. 3사는 모터와 배터리, 플랫폼 등 전기차 부품의 약 70%를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 간 협업은 특히 전동화 후발 주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상황이다.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등 상위 업체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거의 협업을 하지 않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순수전기차는 471만7728대로, 그 중에서 테슬라가 92만1642대로 가장 많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는 상하이기차 61만1023대, 폭스바겐 43만6669대, BYD 33만5257대, 현대차(005380) 24만500대 순이었다. 이들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