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에서 시작된 친환경 트렌드가 중고차 시장에도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도체난 등의 영향으로 신차 공급이 줄면서 중고차를 찾는 사람이 늘었는데,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중고 전기차 거래대수가 1만대를 돌파했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시중에서 거래된 중고 전기승용차는 1만1529대로 집계됐다. 2019년 5012대에 비해 230%, 지난해 7628대보다 1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포터와 봉고 등 전기 상용차를 포함한 전체 중고 전기차 거래 대수는 2020년 7962대에서 지난해 1만3262대로 뛰었다. 연초는 통상 중고차의 비수기로 꼽히는데, 중고 전기차의 경우 올해 1월과 2월에도 각각 1180대, 1185대가 거래되면서 지난해 월평균 판매대수보다 많았다.
거래대수가 가장 많았던 차종은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EV)이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코나 일렉트릭은 2018년 4월 출시 이후 매년 국내에서 1만대 이상이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화재 이슈로 판매가 멈췄으나 해외시장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높아 꾸준히 수출되고 있다. 코나EV의 뒤는 르노삼성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한국GM 쉐보레의 볼트EV, 현대차의 초기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등이 이었다.
그간 중고 전기차는 매물이 적고 내연기관차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주행거리를 결정짓는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 선호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됐고, 판매사나 딜러들이 배터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중고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또 새 전기차를 살 때 필요한 보조금 신청 등 불편한 절차가 없고 곧바로 차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 전기차를 사기 전 중간 단계로 중고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도 생겼다. 전기차는 아직까지 충전 인프라가 넉넉하지 않아서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집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가 중고 전기차의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의 등록매물 수는 2020년 대비 81.6% 증가했다. 전기차 등록매물이 급증하면서 전체 친환경차 등록매물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2.44%에서 2021년 19.43%까지 늘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 딜러들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차종들을 중심으로 매입하는데, 시장에 매물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그 차의 인기가 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은 최근 신차 공급난으로 대체 시장이 됐는데, 특히 반도체가 많이 필요한 전기차의 경우 대기 기간이 길어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보다 비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의 아이오닉 5는 4900만원선에서 5700만원 사이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가장 인기있는 트림인 롱레인지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보조금을 받고 산 가격보다 500만원 이상 더 주고 사야한다. 가격 인상이 잦은 테슬라는 수차례 인상분이 더해져 처음 출시 가격대비 1000만원 가까이 웃돈을 주고 사야하는 상황이 됐다.
중고 전기차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2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운행해야한다. 이 기간 내 보유 중인 전기차를 매각하려면, 같은 지역에서만 가능하고 기간에 따라서 일부 지원금을 반납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의무 보유기간이 끝난 전기차가 매물로 나오고, 최근 중고 전기차의 몸값이 비싸지면서 앞으로 중고 전기차 매물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