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애스턴마틴, 포르셰 등 슈퍼카 업체들이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스포츠카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을 앞세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내놓는다든지, 순수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와 엔진을 함께 사용해 달리는 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선보이며 전동화 흐름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포르셰가 SUV인 카이엔으로 성공을 거둔 뒤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줄줄이 초고성능 SUV를 내놓고 있다. 페라리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첫 SUV인 프로산게를 개발하고 있다. 페라리는 최근까지 "SUV는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시장 변화에 수긍했다. 프로산게는 V12 엔진이 탑재돼 최대출력 800마력의 성능을 내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도 출시된다.
애스턴마틴도 최근 700마력이 넘는 고성능 SUV 'DBX707′을 출시했다. 기존 DBX에 장착됐던 4.0리터 V8 터보엔진을 재설계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각각 157마력, 200Nm 높인 707마력, 900Nm의 강력한 성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제로백)도 기존 4.5초에서 3.3초로 크게 향상됐다.
스포츠카 업체들이 SUV를 잇달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2010년대에 포르셰가 카이엔을 출시했을 때 많은 스포츠카 애호가들이 이를 비판했다. 카이엔은 "멍청한 사람들만 타고 다닐 차"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이후 수년에 걸쳐 엄청난 성적을 거두면서 적자에 시달리던 포르셰를 살려낸 모델이 됐다.
포르셰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30만1915대를 판매했는데 그 중 SUV인 카이엔은 8만3071대, 마칸은 8만8362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두 모델을 합하면 포르셰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포르셰는 전기차와 관련해서도 스포츠카 브랜드 중에서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포르셰가 SUV를 처음 내놨을 때처럼 대부분의 스포츠카 업체들은 "전기차는 만들지 않겠다"는 경향이 강했다. 내연기관 엔진만이 줄 수 있는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포르셰는 스포츠카 업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을 내놨고, 현재는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등을 출시하며 전기차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파나메라 등 기존 내연기관 모델들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하고 있다. 타이칸은 지난해 총 4만1296대가 판매됐는데, 처음 출시됐던 2020년 대비 판매량이 두 배로 늘었다.
올리버 블루메 포르셰 CEO는 "2030년까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해 전체 차량의 8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다른 스포츠카 업체들도 전동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순수 내연기관차 모델을 내놓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내년에 람보르기니 대표 모델인 아벤타도르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차종에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페라리는 "페라리 사전에 전기차는 없다"는 회사였으나 지금은 2025년을 목표로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작년 6월 반도체 전문가인 베네데토 비냐를 CEO로 선임하고 전동화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