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차의 한 축으로 추진해 온 수소차(수소승용차)의 성적이 초라하다. 차 한대 가격의 절반을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지난해 목표 보급대수의 절반 밖에 채우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목표치를 지난해의 약 두 배로 늘렸는데, 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수소차 보급 목표는 2만8000대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상황에 맞게 보급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전국 지자체 중 보급 목표대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는 올해 수소차 보급 목표치를 작년보다 363대 적은 500대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목표치를 다 못 채웠고, 보조금이 크다 보니 보급대수를 처음부터 크게 설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수소차 넥쏘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현대차 제공

울산은 지난해 400대에서 올해는 200대로 목표치를 낮췄고, 대전은 355대에서 298대로 줄였다. 부산과 대구는 각각 500대, 400대로 지난해(400대, 239대)보다 높였다.

2019년 1월 수소차를 미래 동력으로 내세우며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정부는 올해까지 수소 승용차를 누적 6만5000대까지 보급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 말까지 누적 등록된 수소 승용차는 1만9270대에 불과하다. 작년엔 1만50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겠다고 했으나 8498대만 보급됐다.

수소차는 국내에서 가장 보조금이 큰 차다. 올해 수소차의 국비는 2250만원이며 지역별로 1100만원에서 1750만원까지 지원돼,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가 내는 돈보다 보조금이 더 많다. 경기 화성시에서 현대차(005380)의 수소 승용차 넥쏘를 구입할 경우 국비와 지방비가 총 4000만원이 지원돼, 6765만원인 넥쏘를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이같은 혜택에도 수소차 보급이 쉽지 않은 이유는 충전 인프라 문제가 크다. 정부는 올해까지 수소 충전기 310대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126대에 불과하다. 수소 충전소는 84곳이며, 수소차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도 충전소는 5곳(양재, 상암, 국회, 강동, 마곡)뿐이다. 이 때문에 타 지역에서 충전을 위해 서울까지 넘어오는 경우도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수소 충전소 전경. /조선DB

충전소 설립 및 보급 자체도 쉽지 않다. 집 근처를 선호하는 전기차 충전소와 달리 수소차는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주거 지역 인근에 설치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서울 양재 충전소에서는 일부 지역주민들이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해 재개장이 늦춰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여러 군데에 수소 충전소를 짓기 위해 주민들의 반응을 살폈지만 반발과 민원이 심하고, 코로나 사태로 안전성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힘들어 추가 설립이 더뎠다"라고 말했다.

수소차의 사업성도 업계에서 지적하는 부분이다. 국내 유일 수소 승용차인 '넥쏘'를 만드는 현대차는 지난해 수소사업을 그룹의 사업축 중 하나로 삼고 투자 계획을 늘렸으나 올해 기업설명회에서는 수소차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현대차는 2019년 이후 3년 연속 세계 1위 수소차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상 현대차 넥쏘와 도요타 미라이 둘만 경쟁하고 전체 시장도 연간 1만7000대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정부의 수소차 보급 목표는 과도하다. 수소차 보조금은 줄어들지도 않아 편성되는 예산이 큰데, 더 좋은 곳에 활용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이 수소차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지금이라도 수소 승용차 보급에 힘을 빼고 수소 상용차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