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민정(가명·31) 씨는 작년 말 제네시스 GV70을 계약했다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씨는 차를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전시차’도 생각해봤지만, 전시차를 구입하는것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씨는 “요즘에는 전시차가 전시장에 오기도 전에 주인이 정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꼼짝없이 6개월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신차 출고가 늦어지자 수개월간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이 전시차라도 구매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시차는 전시장에 일정 기간 전시한 후에야 구매할 수 있어서 흠집이나 하자가 있을 수 있고 원하는 옵션이 아니거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도 출고 대기 기간이 짧아 최근에 찾는 사람이 늘었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차종별·트림별로 어떤 전시차가 전국 어느 전시장에 전시돼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일 기준으로 아반떼는 전국 16곳, 싼타페는 24곳, 팰리세이드는 419곳에 전시돼 있고, 송파대로 지점에는 아반떼 가솔린 1.6, 모던 트림, 폴라 화이트 색상의 차량이 있다는 게 검색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옵션은 지점에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해야 한다. 이 씨는 “GV70이 전시돼있는 곳을 검색해서 여러 군데 전화를 해봤지만 이미 다 계약이 됐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통상 각 지점이나 대리점은 원하는 옵션의 전시차를 받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출고가 원활하지 않아 본사에서 주는 차량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옵션의 차량을 전시차에서 고르기가 더 어려워졌다. 현대차의 한 딜러는 “신차 출고는 계속해서 밀리는 반면 전시차를 원하는 사람은 너무 많아서 전시차가 전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보지도 않고 계약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품귀로 신차 출고 기간은 올해 들어 더욱 길어지고 있다. 투싼은 현대차 차종 중에서 출고 대기가 가장 긴 편으로 최소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아이오닉5도 1년가량 기다려야 한다. 아반떼는 가솔린·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7개월, 그랜저는 가솔린의 경우 2~5개월, 하이브리드는 6개월이 걸린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는 “적어도 올해 3분기까지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