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올해 처음 출시할 예정인 첫 양산형 전기차 'bZ4X'를 일본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가 더 많은 해외 시장에 판매를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전환에 신중했던 도요타가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국내외 상황에 따라 보급을 달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마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올해 4월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bZ4X' 생산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 6만대 정도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도요타는 일본 국내 딜러를 통해서는 bZ4X를 판매하지 않고, 일부 물량만 차 구독 서비스 '킨토(kinto)'를 통해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럼에도 일본 국내에 풀리는 bZ4X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10%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도요타가 올해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첫 순수 전기차 'bZ4X'./도요타 제공

도요타가 첫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국내에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자국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데 소극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1997년 도요타가 첫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후 일본 내수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40~5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 전기차 보급량은 다른 나라보다 낮다.

특히나 도요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국 상황에 맞게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것은 탄소 배출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키오 사장은 "모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싶다"면서 "무엇에 집중할지 당장 결정하기보다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해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로 급격하게 전환할 경우 고용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배터리 전기차 보급이 미미한 일본 국내 상황과 달리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보급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도요타가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급에 소극적이면서도 해외에서는 전기차 출시에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초기 경쟁에서 밀리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조선일보 DB

도요타 유럽 법인은 2030년 서유럽 판매 모델의 절반을 전기차와 수소차 등 탄소 배출 제로(0) 모델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35년부터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탄소배출이 없는 신차만 등록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모델을, 유럽 등 해외에는 수요가 많은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도요타의 이원화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10년 또는 100만㎞'까지 보증하는 파격적인 계획을 밝혔고, 지난해에는 수년 내 전 세계에 출시할 17종의 전기차 모델 실물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