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BMW 세단을 구매한 A씨는 은행 대출 대신 캐피탈 금융 상품을 이용했다. 캐피탈 상품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지만, 곧 주택을 구매할 계획이라 대출 한도가 더 나오는 캐피탈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올해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했거나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DSR은 정부가 가계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금,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이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할부로 자동차를 구매했거나 구매하려던 소비자 중 일부는 규제가 강한 은행 대신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을 찾고 있다.

서울 목동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올해 1월부터 총 대출 금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은행 기준) 규제가 적용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된 것인데, 하반기부터는 규제가 적용되는 기준이 총 대출액 1억원으로 강화된다.

은행 규제가 강화되자 일부 소비자는 차를 구매할 때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카드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강화된 DSR 규제 대상에 카드사 할부 금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카드사들이 자동차 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저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몇몇 수입차 딜러사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기도 한다. 카드로는 신차 구매에 필요한 한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올해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자금 융통이 어려워져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온다"며 "은행보다 이자가 높아도 규제 수준이 낮은 캐피탈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DSR 규제가 40%이지만, 캐피탈사는 65%로 높아 주택담보대출 등 총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대신 금리가 연 6~9%로 높고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금융사들은 목돈 없이도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다./조선일보 DB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수익은 늘어나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삼성·롯데 등 국내 카드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순익은 2019년 2428억원에서 2020년 2731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1~9월에 223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캐피탈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수익 역시 9395억원, 9904억원, 7528억원으로 증가세다.

수입차 업체는 자체 금융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포르셰는 최근 '포르쉐 파이낸셜 서비스'를 설립했다. 기존에 '스타 파이낸셜 서비시스'라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직접 금융사를 설립해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스텔란티스 소속 지프는 지난해 KB캐피탈과 전속 금융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지프 파이낸셜 서비스'를 공식 출범했다. 국내 판매량이 많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처럼 지프 전용 금융상품이 생긴 것이다. 지프는 브랜드 출범 80주년을 기념해 주요 모델 구매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대 80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