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중고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증 중고차의 매입 범위를 넓히는 등 사업 강화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중고차 업계의 반발로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서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중고차 사업을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21일 현대차 미국법인은 인증 중고차로 팔기 위해 사들이는 중고차의 매입 대상을 기존 5년·6만마일에서 6년·8만마일 이내의 차량으로 확대했다. 차종은 승용차와 트럭 등 총 173개다. 인증 중고차 혜택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도 개선했다.
현대차의 이같은 조치는 미국 포드자동차가 자사의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에 '블루 어드밴티지(Blue Advantage)'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개선한 뒤 1주일여만에 이뤄졌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미국에서도 중고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중고차는 4090만대가 팔려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지난해 신차 판매는 1493만대로 코로나19 이전 5년 평균 판매대수인 1700만대보다 12% 감소했다.
미국 GM도 최근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카브라보(CarBravo)'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GM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판매 대리점을 카브라보에 등록시켜 GM 차량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차량을 거래할 수도 있게 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혼다 등이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는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중고차 매매 업체들의 반발로 3년째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2019년 2월에 기한이 만료됐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중고차 사업 등록을 경기도 용인에 신청했다. 기아(000270)는 전북 정읍에 등록했다. 그러자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사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중소기업중앙회에 현대차·기아를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사업 개시를 잠시 멈추라고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중고차가 신차보다 많이 판매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대로, 신차 173만대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간 중고차 거래액은 25조~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