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반도체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모델3, 모델Y 등 주요 모델에서 몇몇 부품들을 예고 없이 줄이거나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반도체 부족 때문에 일부 사양을 빼고 가격을 인하해주는 '마이너스 옵션'을 내놓고 있지만, 테슬라는 차량 구매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테슬라는 작년부터 미국 반도체업체 AMD의 라이젠(Ryzen) 칩을 신형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시스템에 적용했다. 기존에는 인텔 아톰 A3950 칩을 썼었다. 새로운 칩을 사용하면서 차 안에서도 PC용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돼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난으로 테슬라가 최근 출고하는 일부 차량에 인텔의 아톰 칩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을 주고도 개선된 제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모델3.

테슬라는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담당자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자신의 차에 어떤 칩이 탑재됐는지, 생략된 또다른 옵션은 없는지 직접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차량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차가 출고되기 직전에서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담당자가 배정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 등에서는 테슬라 구매자들끼리 차대번호를 대조하며 자신에 차에 어떤 칩이 탑재되고 어떤 사양이 생략됐는지 공유하고 있다. 열선 와이퍼(와이퍼가 어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 등이 생략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소비자들은 어떤 칩이 생략됐는지 추측하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차량이 선박에 태워져 이동할 때부터 차대번호를 조회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차를 인도받기 전까지 조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조향(달리는 방향을 조종) 장치에서 전자제어장치를 예고없이 제거하기도 했다. 미국 CNBC는 테슬라가 작년 4분기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모델3, 모델Y의 조향장치에 장착된 두 개의 전자제어장치 중 하나를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차량은 중국, 호주, 영국, 독일 등에 수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테슬라 직원 2명은 CNBC에 "운전대에서 전자제어장치를 제외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를 고객에게 알릴 것인지 여부에 대해 내부 논의가 있었지만, 해당 장치가 없어도 아직까지는 오토파일럿이나 FSD(Full Self Driving)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서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반도체 대란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전 세계에 인도한 차량 대수는 총 93만6172대로 2020년 49만9647대보다 87% 증가했다. CNBC는 "작년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는 반도체 부족에 직면했다고 하면서도 조향장치에서 전자제어장치를 제거한 것을 밝히지 않았다"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반도체 부족에 대응했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