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Over-the-air) 서비스 특례 승인을 획득한 볼보자동차는 이달부터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국내에 도입한다. 도로환경과 인터넷, 자동차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스마트카로 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다진 것이다. 이와 함께 각 완성차 제조사들은 얼티파이(GM), 아린OS(도야요타) 등 자사 차량에 탑재할 고유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며 스마트카 시대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드웨어가 주를 이뤘던 내연기관차 시대와 달리 소프트야웨어가 중심이 되는 스마트카 시대가 되면 필요한 인력부터 관련 기술, 법적 규제까지 모든 요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커넥티드카(Connected Car·통신망에 연결된 자동차)는 지난해 5월 기준 424만대로, 자동차 총 등록대수(약 2459만대) 대비 17.3%를 차지하면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6.8% 성장했다. 최근에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르노삼성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로 등록해 직접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에 따라 연초부터 각 부처에서도 스마트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차 전환에 대비해 학부생부터 재직자, 실직자까지 고용 분야별 전 주기 단계에 올해 224억2000만원을 지원해 2233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일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 예산(104억9000만원)과 양성 규모(930명)가 대폭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6일 올해 연간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9조원을 디지털 뉴딜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스마트카와 연결되는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에 5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0월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를 출범해 정책 및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기업간 협업사업을 도모하고 있으며, 범부처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은 2027년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신규 지원 국책과제 사업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미래교통 육성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일부를 테스트베드(Test Bed·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시스템)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1487억원을 투입해 서울 곳곳에 택시·버스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첫 자율주행 시범지구로 지정돼 선제적인 기술실증과 인프라 구축에 나선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작년 11월 말부터 레벨4 수준의 자율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대구시도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해 한달여 간의 베타 테스트를 마쳤고 국토부로부터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된 구역을 순회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일부 제도가 스마트카 시대에 맞지 않고 내연기관차 부품업체가 스마트카 시대에 맞게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AMA는 국내 커넥티드 서비스 확대와 품질 제고를 위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를 장소에 제약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려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무선 업데이트는 '정비업무'로 분류돼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또 차량운행 및 기술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의 수집·활용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IT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의 중복 규제를 없애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규제의 수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데이터 서비스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나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거부 등 대응권이 포함된 개인정보보호법 전면 개정안의 경우 지난해 처리가 목표였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KEIT) 선임연구위원(박사)은 "데이터 3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데이터를 수집할 때 필요한 개인정보 보호법, 도로교통법 등이 여전히 개정이 안돼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을 많이 봤다"며 "데이터 공유와 관련해서도 유럽은 '가이아-엑스(Gaia-X)'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국은 데이터 인프라가 부족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이아-엑스는 아마존, 구글 등 미국기업 주도의 데이터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착수한 프로젝트다. 데이터 주권과 자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연계에 필요한 규칙과 기술 인프라 등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한다. 가이아-엑스는 공인 개방형 클라우드로 벤처 기업의 성장을 돕기도 한다. 중국과 미국도 개방형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를 표준화해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공데이터포털은 운영 중인 데이터 플랫폼 129개중 21개만 서비스를 위해 활용할 수 있고 56개가 데이터 분석환경까지만 지원한다. 데이터 단위의 표준화 등도 돼있지 않아 실제로 활용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전문가들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부품 국산화율은 99%에 이르지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율은 38%에 불과한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있어 선두 국가들보다 3년은 뒤쳐졌다"며 "소프트웨어 인력을 빠르게 늘리는 동시에 여전히 구식 부품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2, 3차 중소 협력사들을 재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