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더해지면서 새롭고 다양한 기능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 외에 IT업체나 통신사들도 모빌리티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크게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Connected Car·통신망에 연결된 자동차) 두 가지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0~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2단계(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있다. 2단계에선 사람이 운전 주도권을 갖고 운전대를 항상 잡고 있어야 한다.

최근 독일 정부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3단계 기능을 일반 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3단계부터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 주도권을 갖는다. 시스템이 요청할 때만 사람이 운전대를 잡으면 되고, 차량이 스스로 교통 신호를 인식하거나 앞 차를 추월하고 피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은 올해부터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와 7시리즈 등을 시작으로 차량에 자율주행 3단계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 G90에 3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지프 브랜드 등을 생산하는 스텔란티스는 2024년까지 3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웨이모가 개발한 자율주행 밴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의 챈들러 시내를 달리고 있다.

일부 자동차·IT 업체들은 자율주행 4단계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운전 환경이 복잡하고 다양해 양산차에 탑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술적으로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율주행 4단계부터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다. 주행의 주체, 주행 중 발생하는 책임은 모두 시스템이 진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에서 자율주행차 사업을 담당하는 웨이모(Waymo)는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모는 지난 2018년 미국 최초로 피닉스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무인 자율주행택시 ‘웨이모 원(Waymo one)’을 운영한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 AI’에 공동 투자했다. 아르고 AI는 최근 400m 떨어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라이다(Lidar) 기술을 개발했다. 고속 도로 주행 중 터널에 진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순간적으로 빛의 양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아르고 AI는 포드와 폭스바겐의 자동차에 이 라이더 센서를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볼보 제공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와 IT업체가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자율주행 기술과 더불어 커넥티드카 기능도 발전하고 있다. 아르고 AI는 포드의 차량에 아르고 AI의 기술을 탑재해 월마트 고객들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르고 AI의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이 월마트의 온라인 주문 플랫폼과 연결돼 월마트의 주문을 처리하고, 자동으로 배송 일정을 잡는다. 또 포드의 자율주행 차량이 고객들에게 물건 배송을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무선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테슬라는 OTA를 통해 단순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주행 거리 등 차량 성능을 높이기 시작했다. 현대차·기아, 폭스바겐, GM 등도 OTA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네시스는 GV60에 OTA를 탑재해 전기차 통합 제어 장치, 서스펜션, 브레이크, 에어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 주요 전자제어장치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했다.

볼보는 차세대 전기차 ‘C40 리차지’에 OTA 기능을 탑재했다. 폭스바겐은 ID.3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될 전기차 ID 시리즈에 OTA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GM은 2023년부터 모든 차종에 OTA를 탑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