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던 책임연구원의 사망 사건으로 사내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박정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이 21일 제3의 외부기관을 통해 조직문화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오후 2시 현대차(005380) 연구소 직원들에게 ‘연구소 임직원분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통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안타까운 사안으로 우려와 심리를 끼쳐 사과드린다, 본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현대차 제공

이어 “조속한 시일 내에 제3의 외부 기관을 통해 연구소 내 비상식적인 업무 관행을 포함한 조직문화 실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겠다”며 “일할 맛나는 직장 조성을 위해 현장 전체를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본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고(故)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가슴 깊이 애도한다” “유가족분들과 직원 여러분들께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충격과 상심이 크게 남아있는 것에 대해 어떠한 위로의 말로도 다 헤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업계에서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던 책임매니저 이찬희씨가 2020년 9월7일 업무 과로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씨는 두 남매를 둔 아버지로서 사망 전 사망 전 팀장급 책임연구원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근무 내내 과로에 시달렸고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이 책임연구원의 자살에 대해 조직문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로 이 사건이 다시 다루어지면서 현대차 내부 직원들의 불만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17일에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설계 1동 앞에서 60여명의 직원들이 촛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촛불집회는 현대차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열린 촛불 집회였다.